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이 함께 존재한다. 매번 경찰과 대치하는 것은 나를 피폐하고 무력하게 만든다. 피폐함과 무력감은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방법을 찾는 반작용을 불러왔다. 그것들은 나의 여유와 낭만을 빼앗아 간다.
빼앗긴 여유와 낭만을 ‘성주향교’에서 다시 찾았다. 피폐함과 무력감을 경찰이 노렸다면 시작은 성공했으나 그 덕에 성주향교를 찾아 여유와 낭만을 만끽했으니 ‘이 모든 것이 당신 덕입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는 길치다. 상황실에 차가 많이 있어도 혼자서 어디를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박형선 교무님께 “성주향교 좀….”하고 부탁드리면 말이 끝나기 전에 “갑시다”라며 말씀하신다. 그렇게 향교로 향한다.
향교는 일종의 공립 교육 기관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성주향교 명륜당이다. 명륜당은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던 강당이다. 명륜당 중앙에 앉아 있으면 앞이 탁 트이고 텅 빈 마음에 더 많은 것이 쌓일 여유의 공간이 생긴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라는 말씀이 이것이구나 싶다. 공간이 생기면 낭만은 자연히 뒤따라 온다. 명륜당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으면 “여기서 공부하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겠다”라며 말하다가도 “그래서 여기서 공부를 하면 안 되겠구나. 공부 열심히 하지 말자”라며 정신 승리를 이끌고는 피식 웃는다. 그동안 공부는 너무 많이 했다. 좋은 말씀은 세상에 너무 많아서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들었다. 이젠 그저 실천할 뿐이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자들에 의해 휘둘리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툭 쳐 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그다음은 그저 그리 행동하는 삶을 사는 것뿐이다
난 담벼락도 좋아한다. 투박해서 좋다. 쪽문도 좋다. 단순해서 좋다. 이렇게 투박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이곳은 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 난 그저 따라만 하면 된다. 그래서 난 성주향교가 참 좋다. 성주향교를 알게 해 준 한 줌의 권력들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