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를 뜯어고친 사람
양산 김중묵 종사
2003-01-16 한울안신문
전북 정읍군 화해리에 가면 마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거기서 40리 떨어진 김제에 살던 총각이 마동에 장가를 든 일이 있는데 그 경위가 재미있다.
이 총각이 마동에 숙모가 살고 있어서 숙모집에 가고 있는데 동네 우물에서 처녀 한 사람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총각이 그 처녀를 보니 어찌나 예쁘고 좋았던지 꼭 그 처녀에게 장가가야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숙모에게 성혼되도록 해 달라고 졸랐다.
이 말을 들은 숙모는 그 집에 장가갈 생각은 말라고 했다. 그 집은 딸이 7명인데 이 부모들이 어찌나 궁합을 철석같이 믿고 가리는지 궁합이 여간 좋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총각은 처녀의 생년월일을 몰래 알아 가지고 집에 와서 궁합을 맞추어 보니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 총각은 꼭 장가는 가고 싶고 궁합은 좋지 않고 해서 꾀를 한 가지 내가지고 궁합 잘 보는 사람에게 찾아갔다.
인근에서 제일 궁합 잘 본다는 사람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그 처녀와 제일 좋은 궁합이 되도록 자기 생년월일을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그 총각은 새로 고친 사주를 가지고 숙모를 통해서 그 처녀의 부모에게 청혼을 하였다.
처녀 부모가 궁합을 보니 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은지라 바로 결혼을 시켰다. 그런데 그 총각이 장가간 석 달만에 장인이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장인은 땅을 치면서 그 도적놈이 우리 딸 신세 망쳤다고 울고 불고 했다. 그런데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나서 보니, 거짓으로 사주팔자를 고쳐 장가간 딸이 다른 어떤 딸보다도 더 잘 살았다.
보통 사람들은 궁합이 좋아야 잘사는 줄 안다. 그래서 장가 시집가는 사람들은 궁합을 안 보고 성혼하는 일이 드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궁합을 본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믿음이다. 나쁘다던 궁합도 합쳐져서 잘살게 되고 그렇게 좋다던 궁합도 결혼하여 불행을 초래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제법 학식이 있다는 사람들도 궁합을 보고 궁합이 나쁘면 성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위의 두 이야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필자가 확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