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남녀평등

조담현 교도(마포교당) ㅣ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2016-12-21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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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올 한해도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올 한해 있었던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보면 단연코 '탄핵'일 것이다.
교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반기에는 '100주년기념대회'이고, 하반기에는 '성주성지 사드배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현상 말고 나에게 진정으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던져 준 것은 페미니즘, 즉 남녀평등에 관한 인식이었다. 다음 세 장면을 보자.
첫째 장면,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생면부지의 20대 여성이 아무이유 없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하여 이를 여성혐오로 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추모 및 반성이 잇달았고, 이러한 물결에 대하여 어떤 이는 정신질환자가 벌인 일로 여성혐오와 무관하다는 반발이 제기 되었다.
둘째 장면, 7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메갈 사태'로 명명되는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 핵심은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여성혐오를 뜻하는 표현들을 그대로 남성들에게 적용, 표현하여 여성혐오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는 이른바 '미러링'(mirroing)이 정당 한가였다.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두패로 나뉘어 의견을 달리 하였다. 정의당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미러링의 주체인 메갈을 옹호하는 이들을 지지하는 듯한 발표를 하였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하였다.
셋째 장면, 11월 대통령 탄핵을 위한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유명가수 DJ DOC가 '수취인 분명'이라는노래를 부르기로 하였다가 일부 여성단체가 '수취인 분명'가사에 있는'미쓰 박'등의 표현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집행 능력이나 공적 잘못이 아닌 대통령의 여성성을 지목해 공격하는 여성혐오 발언이라고 주장하여 실제 공연이 취소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미쓰 박'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며, 그리고 설령 여성비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잘못을 비판하는 표현의 일부로 맥락상 전혀 여성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여성비하로 규정짓고 공연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위 세 장면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조만간에 어느 쪽으로 딱 부러지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논쟁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예전 같았으면 여성이 밤에 살해당했다고 하더라도 범인이 정신병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 여성혐오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범인의 정신병 전력과 이에 대한 관리 문제만 대두되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이 한국남성을 상대로 벌레에 비유하는 '한남충'등의 표현을 쓰면서 원색적으로 욕을 해댔다면 감히 이의 발언 취지를 옹호하는 주장을 게재하는 언론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1987년도 민주화항쟁 당시 시위현장에서 집권자(만일 집권자가 여성이었다고 가정한다면)를 비난하는데 “미쓰”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고 해서 이를 중단하라고 외칠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이와 같은 현상은 모두'성별로 인하여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페미니즘(feminism)이 사회에서 확산되면서 대두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남녀평등에 관한 인식에 있어서 벌써 이만큼온 것이다.
100년 전 남녀평등을 표방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교역자를 배출한 것이 우리 원불교이다. 그렇다면 지금 교단의 남녀평등에 관한 인식수준은 어느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