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 큰 바위 얼굴이 되어
김원술 교도(한강교당)
서울교구에도 많은 교도님들이 계신데 저에게 뜻 깊은 공부담 발표의 기회를 주신 건 이번 기회에 한강교당을 소개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새로 생긴 저희 교당을 앞서 잠깐 소개하고자 합니다.
교당의 대형화가 우리 교화의 살 길이라는 생각을 가진 교도님들이 인근 교당과의 통합을 도모하자는 움직임이 6~7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제가 속했던 반포교당도 인근 서초 · 방배교당과 통합하자는 움직임이 장년층을 중심으로 있었고 이에 따라 협의체를 꾸리고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교도들의 완강한 거부로 추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서울회관 재건축으로 인해 교구청 교당을 건축한다는 교구의 방침에 따라 교당통합 작업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그래서 회관 인근에 위치한 남서울·반포·방배교당을 합쳐 원기 백년도 교화의 대역사를 이룰 큰 교당을 만들어 보자는 계획으로 한강교당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우리 원불교 교도들이 하는 작업이라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에 어려운 것이 교당 통합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교당교의회 임원 전체의 찬성으로 남서울과 반포교당 및 방배교당의 일부교도들이 원기 101년 1월 1일에 통합된 한강교당으로 봉고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비좁은 교당에서 80여명의 교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내년 3월에 소태산기념관에 교구청 교당이 완공되기를 기다리며 법회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42년 째 교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늘 법회시간을 알리는 시간에 임박해 교당에 와서 법회가 끝나면 제일 먼저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는 '뺀질이 교도' 입니다.
현재는 IT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불교에서는 이타(利他)를 근본으로 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은 상대에게 양보하면 경쟁에서 지게 되는 곳이라. 그렇게 하면 '나는 뭐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 교리와 직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일 사이에 괴리가 생겼습니다.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서는 병사처럼 열심히 총을 쏘고 나중에 집에 와서 교전을 보고 마음공부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직장에서 5년 정도 지나고 보니까 일도 어느 정도 잘되고 주위의 칭찬도 듣게 됐습니다.
작년에 거래처 어느 분이 “당신의 큰 장점은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는 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저는 평상시에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큰 바위 얼굴을 보고 그것을 닮아가기를 원하다 보니 나중에 자기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 되었다는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런 모습을 갖게 한 것이 바로 「원불교 교전」의 가르침과 교무님의 설교와 교도님들의 삶에서 우러나온 행동에 저절로 훈습되어 그런 모습으로 외부에 비춰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에도 항상 감사하고 은혜를 심는 생활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 1월 7일 중앙총부 신년하례에서 발표한 공부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