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이 도(道)
#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만난 도(道)
독일 남부 디트푸르트에 위치 한 프 란 치 스 코 수 도 원(Franziskanerkloster), 입구에 들어서니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는 익숙한 선가(禪家)의 글귀가 적혀있다.(사진 1)
'성 프란시스 명상의 집'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1977년 빅터 로우(Viktor Low)와 에노미야 라쌀(Enomiya Lassalle) 신부가 창립했다. 가톨릭 수도원에서 동양의 선(禪)을 보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개방적인 종교관을 가진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에 바탕해 그리스도교적 명상 전통을 확립하고자 세워졌다.
그러나 이곳은 한때 수도를 위해 나선 수사들의 숫자가 줄고 헌금이 급감해 파산 위기에까지 몰렸다.
2003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내 가톨릭 신자 수는 2천6백만명이나 되지만, 종교 의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그 중 15.2%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불교나 명상과 같은 동양의 수행법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명상의 집 프로젝트를 시작한 헝가리 태생의 기계공학자 출신 빅터 로 신부는 인도의 수행자 라마나 마하리시(Ramana Maharshi, 1891~1950)의 제자를 만나 동양의 명상을 배웠고, 그의 동료인 예수회 출신의 라살 신부는 선교사로 일본에 갔다가 선 명상이 기독교 영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확신하고 가마쿠라에서 활동하던 선 수행자인 야마타 코운(山田耕雲, 1878~1956)이 설립한 불교 종단인 삼보교단(三寶敎團)에서 선을 배우게 된다. 이후 이곳에 자리잡은 빅터와 라살 신부는 일반인들 대상으로 유료 명상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수도원 내부는 예수의 수난을 상징하는 십자고상(十字苦像) 이외에는 좌복과 경종을 갖춘 전형적인 일본식 선원(禪院)의 모습이다. (사진 2) 그러나 이름 없이 평생 진리를 탐구하며 헌신하다 생을 마친 수도자들이 묻힌 수도원 뒤뜰의 작은 무덤은 일행들의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사진 3)
참석자들은 일주일간 수도원에 머물면서 여섯 명의 신부가 진행하고 있는 선 프로그램 이외에도 요가와 태극권 등을 수련하며 심신을 치유한다. 현재 수도원에서는 가톨릭의 피정(避靜,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 과정은 운영하지 않고 오직 선불교의 명상 과정만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조차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참석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정원에서 유기농을 통해 직접 먹을 채소 등을 가꾸며(사진 4),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자구책이 눈길을 끈다.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최초법어)”을 강조하신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을 지금 우리는 얼마나 따르고 있는지.
일행들은 다시 짐을 꾸려 프랑스로 넘어간다.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진리의 화현(化現)을 드러내 보여줄지 기대하며.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