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본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

정산종사 "말과 행실을 잘하여 남의 수행에 모범이 되어 주는 것도 훌륭한 자리이타"

2020-02-22     문중인 교도

지금 중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중앙 및 지방 정부와 전 인민이 일심단결하여 이 난경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중국 인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정성이 담긴 메시지라도 보내준다면 한중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원불교 2대 종법사 정산종사께서는 어느 학인이 자리이타는 물질로만 하는 것이냐고 묻자, “말과 행실을 잘하여 남의 수행에 모범이 되어 주는 것도 훌륭한 자리이타가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경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고 모두와 더불어 살기 때문에,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리이타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중국 호북성 우한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사태를 바라보며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았다.

올해 1월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 환자가 급속도로 퍼지자, 중국 정부에서는 우한시를 봉쇄했고, 한국 정부는 우한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600여 명을 국내로 수송하기 위해 특별기를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교민들이 한국에 도착한 후에 머물 일시 격리시설로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에 있는 공무원 연수시설을 지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아산시와 진천군의 일부 주민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교민들을 격렬히 반대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맹수와 같은 포식자나 감염증과 같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원초적인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해 오면서 이러한 위험을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이를 뇌 속 위험 인식의 DNA에 각인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능이 자신을 위험에서 방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할지 모르나, 너무 과도한 반응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공동체를 파괴하고 자신마저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임시 격리시설로 지정된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이 받을 상처와 한국에 있는 그들의 가족이나 친지들이 받게 될 아픔, 그리고 그러한 반대 움직임이 가져올 지역에 대한 영향 등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설명과 어느 용기 있는 주민이 우한 교민을 따뜻이 맞아주자고 앞장서준 덕분에 교민들은 격리 기간을 잘 마치고 아무 일 없이 귀가하게 되었으니 참 다행한 일이다. 이러한 자세가 바로 자리이타의 마음이 아닐까.

그 후 중국에 다녀온 국민들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서는 우한이 속한 호북성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소위 국경봉쇄를 들고나왔다는 뉴스를 보고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경봉쇄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지금 한국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5% 이상이라고 하는데, 국경봉쇄를 한다면 대중국 관계는 어떻게 되겠는가?

중국의 어느 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인이 어느 매체에 올린 글 중에, 만약 코로나19로 인하여 중국에 대한 국경봉쇄 조치를 취한다면, 사드 배치 때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한·중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글을 게재한 것을 읽었다.

우리나라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며칠 전 중국의 국영방송인 CCTV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요즈음 코로나19로 고생하고 있는 중국 인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소개된 것을 보았다. 박 시장은 중국 인민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하면서, 한국과 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하면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어느 한국 분이 중국에 왔다가 메르스에 감염되었는데, 중국 정부에서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여 그분을 잘 치료해 줬다고 소개했다.

지금 중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중앙 및 지방 정부와 전 인민이 일심단결하여 이 난경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중국 인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정성이 담긴 메시지라도 보내준다면 한중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원불교 2대 종법사 정산종사께서는 어느 학인이 자리이타는 물질로만 하는 것이냐고 묻자, “말과 행실을 잘하여 남의 수행에 모범이 되어 주는 것도 훌륭한 자리이타가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국민들이 보다 더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나의 이웃, 그리고 나아가서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 국가를 배려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타의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칭다오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