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의 숲] 멸종은 없다, 참회와 보은의 숲

원불교환경연대10주년, 나무만큼 나무를 심자

2020-05-20     우형옥 기자
어린

[한울안신문=우형옥 기자] 쨍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5월 17일 오후.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는 삽질이 한창이다. 누군가는 물을 길러오고 어떤 이는 호미로 돌을 고른다. 한 삽 한 삽, 엄마가 판 흙구덩이에 아이가 꽃을 심는다. 한 곳에 가지런히 누워 있던 500여 그루의 나무들이 곧 사람 사이사이로 심어지고 세워졌다. 그리고 이들은 참회의 기도를 올리고 인디언의 노래 “미타쿠예오야신(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을 부르며 나무와 교감했다. 빨갛게 익은 얼굴이지만 사람들의 입가에는 평온한 미소가 번진다.

원불교환경연대(이하 환경연대)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숲밭디자인학교와 함께 ‘인과의 숲’을 의정부 수락마음숲밭에 조성했다.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사업(이하 나무심기)의 확장 선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 전국의 교당 및 단체, 재가출가 교도들은 물론이고 상하이·항주·칭다오교당 등 해외에서도 마음을 모았다. 숲밭디자인학교가 진행한 펀딩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5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이는 등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이태은 나무심기 사업단장은 “알고 있었지만 외면했던 사실로 인해 인간의 인과가 아주 급격하게 왔다. 사람들은 이제 참회하고 성찰하는 데 멈추지 말고, 지구 복원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 보은의 방법으로 나무심기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여기서 심은 나무의 기억으로 또 다른 곳에 나무를 심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프로젝트 기획 의도를 말했다.

이날 자리한 퍼머컬처 농부, 일반인 및 재가출가 교도 100여 명은 복숭아, 사과, 호두, 배 등 각종 유실수부터 허브, 약재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자연적인 생태계를 만들었다. 땅의 수분을 유지하고 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비닐이 아닌 볏짚으로 멀칭을 하는 등 친환경적 방법으로 모든 생명이 공생할 수 있게 땅을 다졌다.

이어 참가자들은 참회 기도식을 통해,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임을 망각한 것을 반성하고 지구살림을 위한 상생의 마음을 다짐했다. 또한 싱잉볼의 공지원씨와 행드럼의 손서연씨, 피 흘리는 지구를 상징하는 붉은 정령들은 나무와 땅에 축복을 보내는 강렬한 멸종저항 퍼포먼스를 펼쳐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나무 심는 법을 안내했던 숲밭디자인학교 소란(법명 유희정)은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대안이 없다고 낙담하고 있는데 뭔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능하다면 다음 인과의 숲을 만들어 나무와 숲을 통해 탄소를 다시 땅속으로 가두고 산소는 다시 배출하는 일들을 지속해서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무심기를 처음 제안하고 시작했던 김일상 교령은 “나이만큼 나무를 심는 것이 자신을 맑히는 방법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길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었는데 환경연대에서 이것을 확산해 지구를 푸르게 하려는 의지를 가진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환경연대와 숲밭디자인학교는 숲을 조성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장소로서 마음숲밭과 인과의 숲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락마음숲밭’은 원창영농조합 소유의 농지 일부를 이용해 원불교환경연대와 숲밭디자인학교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농사를 지으며 숲을 가꾸는 곳이다. 원불교환경연대는 인과의 숲을 시작으로 교단 곳곳에 또 다른 인과의 숲과 은혜의 숲, 상생의 숲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