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옛 생활 버리고 새 생활 개척하자
한울안칼럼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같이 시작하게 된 업무 중 하나가 형사국선변호인으로서의 일이었다. 현재도 지방법원 영장담당 국선변호인으로서 주로 구속사건의 국선변호 일을 맡고 있다. 구속영장은 검사가 청구를 하고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구속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게 된다.
대체로는 중한 범죄이거나 기존의 범죄전력이 다수 있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물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근거 또한 범행의 중대성으로 인하여 실형 선고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실무를 하다 보면 범죄를 처음 범한 초범인 경우보다는 같은 범죄를 계속해서 범하고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범죄를 계속해서 범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가벼운 범행이더라도 구속이 되고 가중처벌이 되어 중한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교도소로 구속피고인의 접견을 하러 다니다 보면 교도소 입구에 크게 걸려 있는 글귀들을 보게 되는데, 주로 교도소를 나서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고 새로운 사람이 되자는 내용이다.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법제도를 통해 아무리 엄하게 형사처벌하더라도 그 사람의 재범을 막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계속해서 재범을 하는 구속피고인을 변호하다 보면 삶의 의욕을 잃고 절망의 상태에서 같은 범행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도 지쳐서 더이상은 관심과 도움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절망에 빠져서 죄고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변호하다 보면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 죄업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된다.
절망에 빠져서 죄고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변호하다 보면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 죄업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된다.
<정전> 제8장 참회문에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음양 상승의 도를 따라 선행자는 후일에 상생의 과보를 받고 악행자는 후일에 상극의 과보를 받는 것이 호리도 틀림이 없으되, 영원히 참회 개과하는 사람은 능히 상생상극의 업력을 벗어나서 죄복을 자유로 할 수 있나니, 그러므로 제불 조사가 이구동음으로 참회문을 열어 놓으셨나니라. 참회라 하는 것은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는 초보이며 악도를 놓고 선도에 들어오는 초문”이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죄업을 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죄업을 계속해서 짓는다면 자력으로 죄업과 상극의 업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성자들이 밝힌 종교의 본의가 선한 사람들만을 제도하는 것이 아니라 악도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존재하는 것임을 생각할 때, 종교와 종교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더욱 깊게 챙겨야 할 것이다.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