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변화를 위한 행동

한울안칼럼

2021-08-24     정형은 교도
정형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얼마 전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VOGUE)〉에 헌 옷을 입고 앉아 말을 쓰다듬는 사진이 표지에 실려 화제가 됐다. 올해 초 툰베리는 앞으로 새 옷을 사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으며, 이미 삼 년째 옷을 사지 않았다고 했다. 화석연료 다음으로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범이 놀랍게도 의류생산이며 특히 잠깐 쓰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툰베리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배와 비행기가 아니라 수중동력과 태양광 패널로만 운항하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2018년 스웨덴 의회 앞에서 학교를 결석하고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던 툰베리는 이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미래세대의 외침을 상징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청소년과 시민들이 코로나 위기를 만나 더욱 심각해진 지구촌의 기후위기를 각국 정부가 해결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유엔 산하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권고하는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7년 배출량 대비 70% 이상 감축할 것 등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기후위기를 주요 정치적 의제로 삼아 그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말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놓길 희망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분리수거, 재활용, 채식, 에너지 절약 등 일상에서의 실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의 변화를 이뤄내야만 기후위기를 막아낼 수 있다는 절박한 외침이다. 대규모 물류와 사람들이 시시각각 온 세계로 이동하고 무한 생산 경쟁과 소비의 악순환이 인간의 욕망에 따라 자연을 파괴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미래세대가 살아갈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리고 최악의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속에 빠져들게 할 것임을 경고한다.

 

잘못되어가는 일을 비판하고

바로 세우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위험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1987년 만 네 살의 나이로 아버지가 진 빚 600루피(만4천원)를 갚기 위해 카펫공장에 팔려간 파키스탄의 어린이 이크발 마시는 1루피(24원)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그러나 6년 뒤에는 어머니 병원비 등 빚이 1만8천 루피(43만원)으로 늘어나 공장을 탈출했지만 다시 끌려왔다. 노예노동해방전선(BLLF)의 유인물을 보고 다시 탈출에 성공한 이크발은 그 단체가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고 강제아동노동의 실태를 곳곳에 알려 어린이 만 명을 해방시켰다. 스웨덴에서 강제노동 실상을 증언하고 리복인권재단에서 ‘행동하는 청년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크발은 “우리 어린이들은 어린이로서 살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그러나 이크발은 12살에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우연한 총기사고로 발표했지만 사람들은 카펫산업 관련자의 소행이라고 짐작했다.

이처럼 변화를 위한 행동에는 참으로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정확한 사실과 과학적 지식에 바탕하여 사람들과 연대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웃음과 방해도 넘어서야 한다.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칭찬과 존경을 받지만, 잘못되어가는 일을 비판하고 바로 세우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위험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하나의 세계로 연결된 지구촌을 지속가능한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모두의 과제요, 책임이 아닐 수 없다.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