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교당] 교화위기 딛고 둘이 하나 되어 미래교화 개척

위드코로나 시대의 교화 / 중구교당

2021-09-29     강법진 편집장

 

오늘도 법당은 그리운 사람을 기다린다. 코로나19로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금방이라도 법회 출석수 100명을 넘길 것 같았던 지난해 봄,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서울 중구교당 법당은 오랜 기다림을 견뎌야 했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국제사회에 K-방역이 각광받던 터라, 곧 있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올 줄 알았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코로나19 기세는 등등했다. 곧 사라질 거라는 기대감은 위기감으로 바뀌고 중구교당 교도들은 더는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온라인 법회로 전격 전환했다.

이번에는 교도들이 먼저 나섰다. 일요법회를 실시간으로 송출하기 위해 방송실 기반시설을 갖추고 카메라와 조명, 음향까지 발품을 팔아 비용은 줄이고 품질은 최대치로 올렸다. 그 중심에는 김정석 교도회장, 김정상 교도부회장(전 성동교당 교도회장), 이태민 교화분과장, 김선재 교도가 있었다. 지난 9월 12일 ‘F4’라 자부하며 근 1년을 일요법회 방송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교화만큼은 ‘진심’인 이들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중구교당의 네 가지 교화 비전을 토대로 정리해 봤다.

 

 

#성동교당과 하나 되어 서울 중심지 교당으로!

원기102년, 중구교당은 설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마침 김은경 주임교무가 새로 부임해 온 터라 변화에 대한 열망이 꽃을 피웠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중구교당은 서울 중심지교당이 되는 게 꿈이다. 그러려면 노후된 교당 시설부터 바꿔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리모델링이 교화 비전이 됐다.

김정석 교도회장은 “교화시설이 법회를 위한 공간에 그치면 안 되잖아요. 탈피하고 싶었어요. 누구라도 찾아오는 법당으로 만들자. 일요일에는 교도들을 위한 대법당이지만 나머지 요일에는 청소년들이 맘껏 뛰노는 공간, 누구라도 활용 가능한 대관 시설로 변화시켰죠. 미디어 시대에 맞춰 영상 시설을 특화시켰어요. 카메라·음향·조명 그리고 불단을 전체 가릴 수 있는 스크린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업그레이드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어요. 코로나 시대를 예상 못 했지만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었어요”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구교당은 교당 내부뿐 아니라 외부도 새롭게 단장해 지역사회 분위기를 한껏 바꿔놓았다. 좁은 골목, 어두컴컴한 밤거리가 밝은 회색톤의 4층 교당건물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자 도로가 넓어지고 주변 상가들이 앞다퉈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지금은 옛날 그 거리를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 영화의 거리 충무로에서 중구교당이 위치한 필동은 조그마한 인쇄소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골목길이었는데 불과 3년 만에 개벽했다.

교당 시설을 탈바꿈하니 제일 먼저 찾아온 손님이 새 법도량을 준비 중인 성동교당이었다. 당시 성동교당은 법당 임대료만 약 200만 원, 관리비까지 하면 매월 300만 원이 시설유지비로 지출됐다. 이웃교당이지만 한 형제와 같은 성동교당을 반갑게 맞이한 중구교당은 2층 소법당을 성동교당 일요법회(원기104년 1월 27일~ ) 장소로 기꺼이 내주었다. 두 교당이 한 지붕 아래 함께하니 일요일이면 일반법회도 청소년법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4축2재, 성지순례, 교도훈련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교당 이름은 달라도 법형제로서 이미 하나인 이들은 1년간의 왕래 끝에 원기105년 1월 1일, 하나의 교당 ‘중구교당’으로 통합했다. 그렇다고 해서 성동교당의 꿈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둘이 하나가 돼 더 큰 꿈을 위한 건축기금을 계속 쌓아가는 중이다.
 

 

전 성동교당 교도회장이자 지금은 중구교당 교도부회장을 맡은 김정상 교도는 “기존 교당에서는 지인을 초대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열악했거든요. 이럴 바에야 회장으로서 욕을 먹더라도 행복한 교도생활을 위해 결단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지금요? 너무 행복해요. 코로나가 터지고 나니 그대로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찔하죠. 무엇보다 자발적인 교당 통합의 첫 사례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하며 뿌듯해했다. 더구나 1년간의 교류와 교당 통합 후 단 몇 개월이었지만 함께 법회 봤던 경험이 자산이 돼 비대면 법회에도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가는 중이다. 지도자의 시의적절한 판단이 교도들의 행복한 신앙생활을 지켜낸 셈이다.

그 후로도 중구교당의 문을 두드린 곳은 여럿 있었다.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가 4층 임대사무실을 얻어 1년간 입주하기도 하고, 대형 스크린과 영화관 못지않은 음향시설에 청소년 대상으로 영화 상영도 하고, 일반 시민단체에 대관 사업도 진행했다.

김 교도회장은 “교당을 일주일 동안 지역사회에 오픈한다는 것은 교무의 처우 개선이 수반되지 않고는 어렵다. 우리 교당 교무님들은 아플 틈이 없다. 그래서 교도들이 모여 행정직 직원을 뽑기로 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라고 밝혔다.

두 교당이 하나의 교당으로, 지역사회 열린 교당으로 힘찬 출발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는 시대 변화에 멈추지 말라고 넌지시 귀띔을 해준다. 그렇게 해서 꾸려진 영상팀은 그야말로 멋진 팀워크를 자랑하며, 각자 맡은 분야에서 누구랄 것 없이 매주 기술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태민 교화분과장의 말을 빌리자면 “제멋에 겨워 시키지 않아도 잘 한다”고나 할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당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온라인교당으로 전격 전환하며 교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에 응답하고 있는 중구교당은 가장 어려운 점이 지역교화다. 지난해까지는 선방과 요가반을 만들어 지역민과 함께하는 교당 콘셉트를 잘 유지해 가고 있었는데 종교 집단감염 우려로 장기간 시설 이용제한을 받다 보니 지금은 멈춰 있는 상태다. 다행인 것은 건물 리모델링을 하며 외벽에 법문을 붙이고, 교당 벽화에 감사 메시지를 그려 놓으니 지나가는 길손들이 한 번씩 눈길을 준다.

또한 지상 1층, 지하 1층에 있던 임대사업을 접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스터디카페로 전환하고서는 지역사회에 원불교 이미지도 달라졌다. 이럴 때일수록 교리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 향후 지역교화에 힘을 탈 수 있게 현재는 전면 온라인으로 원남지구와 함께하는 저녁 염불 정진, 경전봉독회, 월초기도, 줌 단회를 하고 있다. 10월 중순부터는 비대면 필라테스와 선방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교무는 “코로나 시기에도 매주 선물 키트(과자, 한울안신문)를 보내드리며 교도님들과 소통을 해왔어요. 가까이 사는 교도님들에게는 직접 전달도 하고요. 일주일간 힘들었던 심신을 일요법회에 와서 풀고 가야 하는데 아쉽죠. 교도님들이 행복해야 교무가 행복하잖아요. 서로 마주하고 웃던 그때가 그리워요”라며 그간 숨겨둔 마음을 꺼낸다. 그리고 전하는 한마디, “코로나 시기이기도 하지만, 교화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화현장의 교무들이 미래 시대를 진단하며 교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교화하다가 막히면 물어볼 곳이 없어요. 교무들이 교화에 사활을 걸 수 있도록 교화만을 연구하고 자문해주는 기관이 있었으면 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동국대와 함께하는 청소년교화

3년 전, 중구교당이 리모델링(개축 봉불)을 하며 전략적으로 설계한 곳이 바로 1층 ‘시엘 무인카페(Ciel cafe&study)’다. 동국대학교와 인접하고 있어 대학 캠퍼스를 오가는 대학생, 동우회, 소그룹모임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문을 열었다. 교화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최근에는 지하 1층 당구장 임대사업을 접고 무인 스터디룸을 확장하고 세미나실도 여럿 마련했다. 스터디카페도 초창기에는 교무가 운영했지만, 지금은 교도가 운영하며 매월 교당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무인카페는 성공적이었지만 계획했던 청소년교화를 위한 영화상영, 밴드 페스티벌 등은 코로나19로 멈춰진 상태다. 안타깝지만 위드코로나 시대를 기다려야 한다.

동국대와 함께하는 청소년교화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보류다. 모든 게 시절인연 같지만, 무인 스터디카페를 제안한 김 교도회장은 멈춰 있는 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종교활동은 신이 나야 해요. 법회 질도 높이고, 시설도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죠. 가장 중요한 것은 교도들의 자발심, 주인정신이에요. 적정한 교도수가 있어야 일을 하다 지치면 대체하죠. 혼자서 가는 것은 지쳐요. 무한 봉사, 무한 희생은 보람이 없어요. 교도들이 행복해야 교화도 되고, 교무님도 행복하죠. 그리고 교화는 기존의 틀을 깨야 해요. 중고등학생 전담교무, 테마가 있는 정책교당, 대학생교화 집중교당 등 새로운 시스템 교화로 가야 해요”. 바람이 있다면 중구교당은 대학생교화 집중교당이 되는 게 꿈이라고.
 

 

#새로운 교화지 개척

중구교당이 30년 넘게 노후된 교당을 뼈대만 놓고 모두 바꾸게 된 데는 ‘절박함’이 있었다. 교화의 한계라기보다는 존폐위기까지 생각했다는 게 교도들의 중론이다. 때마침 성동교당 교도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현실을 돌파해보고자 했던 두 교당의 결단이 새로운 시너지를 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둘이 하나가 돼 새로운 연원교당을 낸다면 교단에 즐비한 20~30명 규모의 교당에 좋은 통합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상 교도부회장은 “서울교구만 하더라도 교도 30명도 안 되는 교당들이 많다. 통합하는데 교도회장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이 많다. 중요한 것은 ‘교화력은 경제자립력’이란 사실이다. 교도들의 노령화는 빠르게 진행되는데 청소년교화는 더 악화하고 있다. 재가가 없으면 출가도 없다. 교무님이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말고 재가와 함께 원만하게 운영해 갔으면 한다”면서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대로 생활종교, 재가출가 차별 없는 종교로 개혁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힘을 합칠 때, 200~300명 규모의 교당이 거점교당으로 하나둘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성공 모델교당이 중구교당이 되는 게 이들의 꿈이다.

거기에 하나 더, 온라인 교화에 일찍부터 뛰어든 이태민 교화분과장은 원불교인들이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교리해석을 많이 전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제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실시간 교화가 이뤄져야 원불교도 미래가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소리 없이 교당 구석구석을 살피며 보조해주는 김선재 교도까지 믿음직한 재가교도들 덕분에 교무는 오늘도 숨을 고른다. 매주 법회 30분 전부터 방송 세팅을 완료해 주는 교도들이 있으니 교무는 부담스럽긴 해도 설교할 맛이 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원불교 중심지 교당으로 우뚝 서고자 하는 중구교당, 이 시대의 빛이고 희망이다.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