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와 영성] 지금 여기, 현존의 기술

위드코로나와 영성 9

2021-10-26     김현오 교무
과학시대의

도 닦는 공부를 묻는 자에게 옛 선사는 이렇게 답했다.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잔다”.

도(道)라고 하면 심오하거나 어려운 공부일 것이라 여기는 통념을 단박에 깬다.

현대인들이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의 환상과 시대의 풍조로 흩어져가는 정신을 추어 잡지 못해 겪는 심신의 고충을 미뤄볼 때, 이는 순간순간 지금 여기의 일상생활에서 전일하라는 뜻이다.

산만한 정신은 배고픔을 제대로 알아차릴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다. 피곤할 때에도 수면과 휴식을 뒤로 미루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잠을 잘 때도 온전히 잠들지 못하고, 미진한 일들을 붙들고 여전히 바쁜 일상의 연장으로 수면시간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왜 인간이 하루의 3분의 1, 일생의 3분의 1을 잠자면서 살아가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 우리의 뇌는 낮 동안에 경험한 엄청난 정보들을 입력하고 처리하고 정리하느라 그렇게 많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게, 안정감 있고 조화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늘 향상하는 즐거움으로 사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 인간은 웬만한 심신의 괴로움과 고통을 다 안고 산다. 이런 고로 생노병사의 과정이 자연적 질서이고, 누구나 밟는 과정이 듯, 무의식적으로 당연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과학계는 노화는 자연질서가 아닌 일종의 질병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배고플 때 밥 먹고 피곤할 때 잠자는 올바른 일상생활 리듬, 그리고 순간순간 생명활동에 온전한 주의와 깨어있음으로 전일하기. 그 속에서 생명이 지닌 본연의 힘, 즉 도(道)가 성장한다. 세포는 충분한 산소, 물, 바른 음식, 그리고 충분한 수면과 명상적 휴식상태를 통해 어느 정도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면 최대한의 활력과 조화로 생명이 원하는 활동을 가능하도록 최적화한다.

이렇게 간단한 공식을 사람들은 왜 어려워할까.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나를 바꾸는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를 바꾸지 못하는 모든 어려움의 근본 이유는 바로 지금 여기, 현존의 힘이 약해서이다. 지금 여기에 있지 않다면 그럼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대체로 과거의 경험과 감정적 기억을 붙들고 있거나, 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 속을 왔다 갔다 하며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느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온전함을 계속 놓치고 산다.

‘지금 이 순간’으로 줌인(Zoom In)하는 기술은 과거와 미래라는 설정 속에 붙들고 있는 불필요한 내적 활동을 단절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막고, 무영향권의 자유와 창조의 공간을 열게 한다. 누구에게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고요한 천권(天權)의 영역이다.

이 시대 영적 메시지의 공통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Be here and now’이다.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으라는 것이다. 지금 여기 순간순간의 일상이 온전해지면, 생명은 스스로 힘을 얻고, 길을 트고, 무한히 확장해 간다. 생명의 능력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항상성과 조화와 균형을 맞추려는 생명의 본성상, 스스로 알아서 지성과 감성 그리고 초월의 에너지도 적절히 조화롭게 배치하며 안정적으로 생명 활동을 전개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의 에너지다. 자신 있게, 각자의 멋대로, 각자의 몫대로, 각자의 스타일대로 우주적 창조 활동을 해내는 힘, 지금 여기 온전히 있음으로써 자신의 내적 현재를 지배하는 인간! 그는 자유의 인간이며, 창조의 인간이다.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