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감수성up] 멸종에서 탈성장으로

2021-11-14     이태은 교도

 

How dare you!

어떻게 감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에 세계 정상들과 CEO들이 타고 온 전용기 400여 대가 1,600여 명이 1년 내내 배출할 13,000t의 탄소를 뿜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미국·중국·호주·인도 등은 탈석탄 선언에 빠질 수 있었을까? 어떻게 감히, 탈핵을 선언한 한국 대통령은 COP26 회의 전에 방문한 헝가리 정상회담에서 핵발전소 수출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감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유력 후보들은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탄소 40%의 실효성 있는 감축 방안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어떻게 감히, 어른들은 탄소 절감을 위한 삶을 살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야생생물기금과 런던동물협회가 발표한 ‘살아있는 행성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인류의 낭비적이고 착취적인 자원 사용은 지난 46년 동안 척추동물 68%가 사라지게 했다.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어놓은 식물 1/5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숲은 40% 감소했다.

1987년부터 한 해 동안 주어진 지구의 물, 공기, 토양 등 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가 지구의 생산 및 정화 능력을 초과하게 되는 시점을 발표해 온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는 2021년 ‘지구생태용량초과의 날’을 7월 29일로 발표했다. 지난해 8월 22일보다 23일이나 당겨졌다. 5개월만큼의 미래세대 자원을 빼앗아 누리는 풍요는 불편하고 불안해야 마땅하다.

부의 재분배를 연구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에서 경제성장과 더불어 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총생산(GDP)으로 대변되는 ‘성장’지수가 높아질수록 빈곤은 더욱 심화한다. 주식이나 건물 등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면서 부의 세습과 불평등이 강화됐다. 더 많이 생산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어 왔지만, 그 생산물들이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다.

부의 세습을 강화하는 ‘자본소득’ 60~70%를 상위 10%가 차지하고 남은 5%를 위해 하위 50%가 맹렬히 경쟁한다. 기술적·경제적 낙관주의는 끝없는 성장을 ‘가정’한 채 미래 어느 지점에선가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가정’에 또다시 속고 만다. 자본주의가 낳은 극심한 ‘성장중독’에서 벗어나야 모두가 산다.

기후위기 대안은 탈성장이다. 탈성장은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고안한 경제 부분은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공중보건, 재생농업, 필수 서비스 등 좋은 삶으로의 전진이 탈성장이다.

바다에서 나는 해삼과 전복을 공동생산, 공동분배하여 20년 이상 거주한 마을주민 모두에게 연봉 2천만 원의 배당소득을 일궈 낸 서해의 작은 섬 장고도와 마을식당 운영비로 마을 어른들에게 밥을 제공하는 하회도 부녀회 사례는 탈성장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풍요로움의 원천은 공동체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 정상들이 모인 COP26 부대 행사에 등장한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을 달구었다. 시몬 코페 투발루 외교부 장관이 COP26 온라인 프리젠테이션 장소로 택한 곳은 그의 조국 투발루 앞바다이다. 무릎까지 잠긴 채 기후위기 대응을 호소하는 투발루 외교부 장관의 사진은 곧 닥칠 우리의 미래다. 그러니 탈성장하자.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