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타원 스승께 바치는 헌사

한울안칼럼

2021-12-13     한종만
전종만 수원교당

마음속에 스승을 모시고 사는 것만큼 행복하고 든든한 삶이 있을까요.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스승을 찾아 고행도 마다하지 않으셨지만, 오늘날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메타버스의 시대에서 스승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이 아닌, 마음을 전하는 스승을 찾기란 구한말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한쪽 팔을 바치며 스승께 도를 구했던 혜가 선사처럼 때로는 절실함이 스승을 찾게 하고, 대종사의 열반 소식에 ‘스승님을 뵈옵던 그날부터 쓸쓸한 내 가슴 한 모퉁이에 희망의 꽃망울 맺히었더니 서러운 영이별이 웬일일까. 내 등불 밝게 켰다가 후일에 이 몸 바칠 때에 또다시 뒤를 따르리’라며 스승을 추모했던 원산 서대원 대봉도처럼 절대적인 신성이 스승을 받들게도 합니다. 그런 절실함과 신성은 아니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경험하며 때로는 꾸지람도 듣고 때로는 인정도 받으며 같이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닮아가게 되는 스승도 있지요. 돌아보면 영타원 스승(김홍선 경기인천교구장)께서는 그 성스러운 삶에 주변 사람들을 녹아들게 만드는 그런 스승이셨습니다.

교구청·수원교당 신축 불사하는 동안 저는 스승님을 통해 혈심을 바치는 기도의 참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수천 일의 기도 기간, 스승께서는 ‘일구월심’의 이름으로 살면서 기도는 인간이 부여받은 최고의 선물이라며 기도의 소중함을 늘 강조하셨지요.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어떤 기적과 위력을 나투는지 보여줬습니다. 만인 불사의 합력도, 불가능해 보였던 10월 3일의 봉불식도 간절한 기도와 염원의 힘이었음을 모두는 기억합니다. 그 거룩한 성전에서 음계의 영혼들을 위해 마련한 소멸과 생성의 하얀 축제. 양계와 음계가 서로 조화를 이뤄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진리를 간과하고 있던 제게 이 특별한 천도재의 정성은 더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늘 보은과 나눔의 삶을 강조한 스승님. 김치, 라면뿐 아니라 뭐라도 생기면 주변의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나누고 배달 오는 택배 기사에게도 음료와 간식거리를 마련해 주다 보니 그 나눔의 DNA가 다른 교무들에게도 이식되어 교당 곳간이 남아나질 않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지요.

연마하고 또 연마하는 삶을 보여주신 스승님. 스승님의 설법을 받들며 교전의 내용을, 고전의 문구를, 여러 시(詩)와 위인의 말씀을 어찌 저리도 막힘없이 설파할 수 있을까 놀랍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암송이 아니라 몸과 입과 마음에 새겨진 영혼의 언어였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수행하고 연마를 해야 그렇듯 배어 나올 수 있을까요. 스승께서는 큰 경계를 당할 때마다 ‘나는 남편도 아이도 없다. 오직 진리의 ’뒷배경‘만 있을 뿐이다’ ‘한 행동 한 행동이 법도에 맞아야 한다. 그러면 무서울 것이 없다’고 하셨지요. 무거운 짐을 당신 홀로 감당해야 하면서도 잃지 않으신 배포와 당당함은 우리 교법과 소태산 대종사님에 대한 신성이 얼마나 깊은지 느끼게 합니다.

닮고 싶은 스승님. 수원교당을 떠나시더라도 스승께서 남기신 기도와 신성과 나눔과 연마의 의미와 가치를 몸소 곁에서 배운 우리 불제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시대를 그 살아있는 배움과 실행으로 헤쳐 가고자 합니다. 그것만이 스승께 보은하는 가장 큰길임을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습관처럼 입에 붙어버린 감사가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제 삶의 최고의 스승님 중 한 분이셨습니다.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