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원수를 은혜로 바꾸며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원불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법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위 법문이 마음 깊이 깨달아져서 실행까지 잘 옮겨지지 않는 법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원수를 은혜로 바꾸며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릴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은 단순하게 보면 나와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나눌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관계속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때로는 원망을 하면서 때로는 감사를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지금 전세계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와 우리 인류와의 관계는 어떠할까?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고통을 받기도 하고 때론 죽기도 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정신적인 고통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우리 인류와는 원수의 관계일까 은혜의 관계일까?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정전> 제2교의편 제7장 사대강령 중 지은보은에서 “우리가 천지와 부모와 동포와 법률에서 은혜 입은 내역을 깊이 느끼고 알아서 그 피은의 도를 체받아 보은행을 하는 동시에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 먼저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원망할 일을 감사함으로써 그 은혜를 보답하자는 것이며”라고 말씀하셨다. 소종래는 어떤 일이 있게 된 근본 원인과 과정이라는 뜻이다.
필자는 20년이 넘은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는데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이 났다. 퇴근하고 지치고 피곤한 몸으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점검 중이라는 표시가 있으면 그 순간 마음이 요란해져서 원망심이 일어나곤 했다. “아니 또 고장이야. 도대체 이놈의 엘리베이터는 왜 이리 자주 고장이 나는 것이야. 그리고 관리실에서는 빨리 수리를 안하고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든지 해야지”등 온갖 요란한 마음과 원망심이 일어난다. 겨우 걸어서 12층에 올라와서 집으로 들어서면서 괜히 아이들과 아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내가 오늘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심지어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지금 12층까지 걸어오는 길이라고.
그런데 몇 달전 하루 정도가 아니라 한 달 동안을 12층까지 걸어 올라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바로 시의 지원을 받아서 노후화된 우리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공사 기간이 한 달 정도 되어서 한 달 동안은 12층까지 걸어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달 동안 12층을 걸어올라 다니면서도 그렇게 괴롭지가 않았다. 오히려 한 달간의 엘리베이터 공사가 끝나면 이전보다 새롭고 편리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교체공사를 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12층을 걸어 다니면서 한 달간 운동한다고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으며 시간을 내서 일부러 헬스장에 운동도 하러 다니는데 잘되었지 뭘 하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다.
우리가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원망할 일을 감사함으로써 그 은혜에 보답하는 심신작용으로 살아간다면 해(害)에서도 은혜가 생겨날 것이며 은혜에서는 더 많은 은혜가 생산될 것이고 세상은 은혜와 감사로 충만한 평화의 세계, 낙원의 세계가 될 것이다.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