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무의 길] 마음의 고향
군종교무의 길34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한다. 그리고 태어나진 않았어도 특별한 경험이 있는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산다. 이것을 마음의 고향이라 표현하고 싶다. 필자는 마음의 고향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육군훈련소를 잊을 수 없다. 2006년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한 곳이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경험한 교당에서의 체험이 지금까지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출가 후 원불교학과 학림사(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서 군에 입대해서 그런지 훈련병 생활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원불교 종교행사가 훈련소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종교행사를 통해 훈련소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당시 육군훈련소 주임교무가 교리와 마음공부를 전했던 열정적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16년 전 원불교 종교행사가 이루어지던 장소에 지금은 번듯한 신식 병영 건물이 들어섰지만, 그때 원불교 종교행사는 낡은 건물 강당에서 열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강당의 분위기는 쓰러져가는 건물의 겉모습과는 달리 생명의 온기가 감도는 현장이었다. 훈련병의 얼굴에는 진실한 미소가 가득했다. 원불교를 처음 접하는 인원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이들의 낯선 표정이 아닌 삶의 희망을 마주하는 홍조가 가득한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마음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훈련소에는 수천의 훈련병을 수용하는 번듯한 법당·성당·교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훈련소에도 번듯한 교당이 들어서면 좋겠다는 서원과 기도를 올리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마침 2006년 10월 30일 ‘원광대학교 다목적강당’이 신축 기증되면서 예회가 육군훈련소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법신불 사은님과 스승님, 재가출가 교도님의 은혜로 이룬 불사였다.
세월이 흘러 원불교 군종장교로서 훈련소에 부임하게 됐다. 교단과 군종교구의 정책과 육군의 인사명령에 따라 원기107년(2022) 7월 1일 육군훈련소 원불교 종교활동을 담당하며, 훈련소의 입영종무지원장교로서 군종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육군훈련소 교당이 설립된 지 16년 만에 첫 군종장교 부임이다.
대각전에 들어서자마자 법신불 일원상 앞에 심고와 사은헌배를 올렸다. 세계적인 장병 육성 기관인 육군훈련소에서 장병의 원만한 인성·인격 함양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법신불 사은님과 스승님, 재가출가 교도님의 노고와 헌신에 대한 깊은 감사의 절을 올렸다.
한편, 코로나19로 교당은 곳곳이 상처투성이고 장비들은 오래되어 수리와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를 탓하는 시간은 지났다고 본다. 교단과 교구의 명으로 육군훈련소 왔다는 것은 종법사님을 비롯하여 재가출가 교도님의 명으로 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육군훈련소 교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
육군훈련소의 원불교 군종장교는 혼자이지만, 임관 당시 ‘나의 뒤에는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가 있다. 그렇기에 전혀 두렵지 않다’는 2대 군종교구장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그 정신을 이어받으며, 코로나 기간 육군훈련소 교당을 꿋꿋이 지킨 담당교무와 함께 보은의 길을 걸어갈 것이기에 두렵지 않다.
육군훈련소 교당은 앞으로도 내 마음속 영원한 고향이 될 것 같다. 고향에 돌아왔으니 마당을 쓸며, 소태산 대종사님이 바라던 전무출신의 모습대로 생활하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교당을 찾게 하고, 16년 전 느꼈던 훈련병의 온기와 진실한 미소 그리고 희망이 가득한 육군훈련소 교당을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곳을 거쳐 간 훈련병에게도 육군훈련소 교당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될 것이다.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