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그들과 함께하리라

2022-12-16     조경원 편집장

군교화 당시 인연을 맺은 교도를 만날 때면 가슴이 설렌다. 얼마 전 동고동락했던 전우들이 모였다. 같은 부대, 군교당 출신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원불교 군종 마크를 가슴에 달고 매주 일요일 교당에 모여 한솥밥을 먹었기에 형제 못지않은 애정이 쌓인 그들이다. 교당 마당에 수북이 쌓인 낙엽과 눈을 치우면서도 라면 한 그릇이면 충분했던 그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고맙고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원불교 초짜들이 군을 통해 진짜 원불교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

제대와 임관(사관학교 졸업) 후 변화된 모습은 제각각이다. 짧은 머리와 군복 차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각자의 개성이 자리를 잡았다. 고시생, 취준생, 대학원생, 생선 가게 사장, 수습생, 영업 사원, 과외선생, 교사, 야구 감독, 모델, CEO, 소대장, 중대장, 인사·작전·정보·군수과장. 미완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더 클 미래를 살고 있다.

모임을 통해 해를 거듭할수록 교화자로서의 사명감을 느낀다. ‘군문을 떠난 지 오래고, 지금의 일도 벅찬데 굳이 이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게 맞을까’라며 활동 영역에 선을 그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입교원서에 이름과 인적사항을 적고 원불교와 인연이 된 그들에게 법명으로 연결 고리를 남긴 당시를 생각하면 몇 번이고 마음을 바꾼다. 또, 제대(임관)와 동시에 복학과 진로, 취업, 결혼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갈등과 고민 속에 방황하는 소식을 접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뚜렷한 대안이 없던 나는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해 늘 아쉬웠다. 그러나 군대와 교당에서의 추억이 아까워 시작한 모임이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모임으로 발전해 가는 것을 보며 한 가닥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10년째 멘토로서 활동하며 느낀 감상이다.

한때 군종장교와 군종병(군종생도)이라는 관계로 만났던 그들이 제대(임관) 후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들과 함께하리라’는 기도를 올린다.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