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교화의 바람을 부는 사람

2022-12-21     조경원 편집장

국악기 중에서 가장 작은 악기에 속하는 피리. 피리 연주를 듣는 사람 대부분은 깜짝 놀란다. 작은 대나무 통에 구멍 몇 개 뚫린 것이 큰 소리를 내니 놀랄 만도 할 것이다. 하지만 소리를 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수없이 많은 입김을 불어 넣는 연습을 통해 큰 소리가 나고 그 소리가 음을 타면 하나의 곡이 연주되는 것이다.

첫 사령장을 받고 부임지로 향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큰 포부를 갖고 임지로 향했지만, 초짜가 교화하기란 쉽지 않았다. 6년간의 교육과 실습으로 다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은 달랐다. 아침 좌선을 마치고 밥 짓는 일부터 저녁 심고를 올리고 교당 대문의 빗장을 거는 일까지 경계는 늘 찾아왔다. 교역 생활을 통해 많은 걸 보고 들으며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교화 환경이 바뀔 때마다 새잡이였다.

더 큰 소리를 내고 음을 타기까지는 많은 정진과 적공이 필요하다. 이제껏 피리를 부는 방법을 배웠을 뿐이다. 그 방법만을 배우고서 그동안 피리를 불 줄 안다고 자만했다. 나는 시간당 3만원짜리 피리를 배운다. 나를 가르치는 스승은 당신의 스승으로부터 시간당 30만원짜리 피리를 배운다고 한다. 어느날 일과에 쫓겨 연습 없이 스승을 찾았다. 그가 말했다. “교무님, 오늘은 가르칠 게 없어요. 저도 연습 없이 제 스승님을 뵐 때면 그 날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하지만 30만원을 낸답니다. 다음부터는 꼭 연습해오세요.”

지금껏 얼마짜리 교화를 했으며, 앞으로 얼마짜리 교화를 할 것인가. 연습은 충분히 마쳤는가. 음식이나 곡식을 남에게 구걸하여 거저 얻어먹는 것을 ‘빌어먹다’라고 한다. 한 글자 차이지만 고약하고 몹쓸 표현의 ‘빌어먹을’이 있다. 여기에 놈 자(者)를 붙이면 불쾌한 말이 된다. 교화자로서 경계할 말이다.

피리를 입에 댔으면 아리랑 한 곡쯤은 연주해야 하듯이 출가했으니 성불제중 제생의세를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교화의 바람을 불기 위해 단전에 힘을 주자.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