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희망

2023-02-01     한울안신문

이산 한덕천 서울 교구장

새해를 맞으면서 여러 교당에서 임기가 만료된 재가교역자를 새로 사령하고 새 출발을 하고 있다. 회장을 비롯한 재가교역자가 된다는 것은 권력을 상징하는 완장을 차는 것이 아니라 소명과 사명을 부여받은 자리다. 소명이란 진리의 부름을 받는다는 것이며, 사명이란 그 부름에 부응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재가교역자들은 무아봉공을 실현하는 소명자이고 사명자로 선택되었기에 책무가 무겁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하고 어떻게 그들이 소임을 잘할 수 있을까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재가교역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무와 함께 꿈꾸는 교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 꿈을 교도들이 함께 꿀 때 미래를 밝게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교단은 도전과 개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며, 꿈(희망)은 그 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 교무와 재가교역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꿈(희망, 비전)은 교당에 활력을 불어넣어 더욱 은혜로운 교당을 만들 것이다.
조직은 지도자들의 비전을 먹고 성장한다. 비전이 없는 지도자, 조직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종사님께서 “불보살들은 모든 중생에게 큰 희망을 열어 주실 원력(願力)을 세우시고, 세세 생생 끊임 없이 노력하시나니라.”(요훈품12)고 하셨듯이 원불교는 세상에 희망의 등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비전(꿈, 희망)은 어느 특정인만의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꾸어야 한다. 그래서 개인의 꿈은 단순히 꿈으로 머물게 되기 쉽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경험해왔다.
그런데 아무리 비전과 희망이 중요하다고 해도 준비 없는 희망으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진정한 자기 실력을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가 없다’라는 것을 깨달아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변해가는 세상을 직시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습과 교화방법에 몰두하는 희망 없는 준비로는 미래가 없다’라는 것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각 교당은 교무와 재가교역자를 중심으로 준비된 희망과 희망의 준비로 미래를 밝게 열어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