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선진, 주산종사 (31)

2023-11-08     한울안신문

 

 

3. 장년기(출가후반기)

통변(通辯) 또는 창신(創新)이란 철저한 법고(法古)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창신으로 가는 첩경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주산종사는 조부 외에 특별히 사사한 선생이 없었으나 어린나이에  이치를 깨닫고 서예의 묘를 터득했기 때문에 장년기에 이르러서는 득의(得意)한 필법을 발현해 낸다. 이 시기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일원상서원문과 반야심경 필첩 - 원기23년(1938, 32세) 추정 
예로부터 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사경하는 것은 서예의 한 방편으로 그 수신성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일원상서원문과 불교의 기본 경문인 반야심경의 서체는 매우 단아하고 맑아서 고매한 정신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2) 일원(一圓) 원기 24년(1939, 33세)
원불교의 선진 유묵에서 눈여겨 볼 묵적은 「일언첩」이다. 총부 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일언첩」현황을 보면 원기 24년(1939)부터 원기 42년(1957 )까지 이루어져 있으며, 휘호 내용은 유·불·도의 전통경전에 나오는 다양한 뜻이 많으나 주로 불법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체는 행서를 주로 썼고, 서품(書品)은 선기가 흐르는 맑고 단아한 풍이다. 
주산의 이 작품은 이 「일언첩」에 실려 있는데 내용은 「일원상법어」 를 요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서를 바타한 행초서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30대 전반기의 숙달된 필의를 살펴볼 수 있다. 
3) 상주삼매 묘용유희 - 원기 29년(1944, 38세)
원기 29년 동선시 「일언첩」에 「상주삼매 묘용유희 : 늘 삼매에 머물러서 오묘함을 즐기며 쓰리」라고 초서로 쓴 작품이다. 유려하면서 여유와 풍류로움을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이다. 
4) 거진출진 - 원기 26년(1941, 35세 봄) 
원기 26년에 쓴 「거진출진 : 티끌세상에 살되 티끌을 떠나라」 은 해서 자형에 초서식으로 썼는데 진지하고 단아하다.  협서에 “시창이육소춘주산서”라 하여 원기 23년에 주산이란 법호를 받은 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며 아직 인장은 보이지 않는다. 
5) 금강경구
『금강경』에 나오는 「응무소주이생기심 : 모든 경계를 대할 때 머무른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이 작품은 연도가 밝혀 있지 않아 알 수 없으나 낙성관지에 직양서라 되어 있다.  또 시심마라는 수인과 함께 음문의 송도성장으로 된 성명인,  양문의 직양이라 새긴 아오인이 찍혀 있어 35세 이후 작품으로 추정된다.  
서품은 해서로 매우 웅혼하며 기상이 돋보인다. 
이공전은 「주산종사의 인간상」 추모글에서 “주산종사께서는 당신의 아호를 「직양」 이라 하시었는데,  맹자께서 「나는 남의 말을 잘 알아듣고 나의 호연한 기운을 잘 기른다」하시고 「호연지기 직양이무해 : 곧게 길러서 헤치지 아니하면 그 기운이 천지사이에 가득차다」 라고 하였다.  

 

11월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