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6) 도둑이 우리집을 털었다

유산 박영호 중곡교당 교도

2024-04-24     한울안신문

기록적으로 유난히 무덥던 여름날 저녁 8시 15분부터 9시 40분 사이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와 집사람이 애지중지하던 다이아셋트를 비롯한 패물, 현금, 상품권을 다 털어갔다. 
저녁식사 후 평소처럼 아내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올림픽공원산책을 갔다 왔는데 옷을 갈아입으려던 아내가 “집이 손을 탄 것 같다”고 해서 드레스룸을 보니 난장판이다. 우선 값비싼 보석 금붙이 등 귀중품이 있는지 찾아 봤는데 역시 값나가는 패물은 눈에 안 띄었고 서랍안에 두었던 현금과 상품권들도 다 없어졌다.  
경비실을 통해 방이지구대에 신고하자 5분도 안되어 남녀 경찰관이 함께 출동하였고 10여분 더 지나자 송파경찰서 감식반이 들이닥치고 조금 후엔 덩치 좋은 강력반 형사들이 세사람이나 도착하여 상황을 듣고 현장검증을 했는데 안방 창문 방충망이 열려 있고 안에서 안방문이 잠겨있던 것으로 보아 안방베란다를 타고 올라 온 것으로 추정된단다. 
너무 더운 여름이라서 창문을 반쯤 열어놓고 살았는데 도둑이 그 허점을 노렸나 보다. 우리는 5층까지 어떻게 올라오느냐고 묻고서 1층에 내려가서 보니 베란다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올라 올 수 있고 실제로 올라온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저녁 먹고 산책 나갈 때 거실불을 끄고 현관불만 켜뒀는데 도둑이 노리고 있다가 외출하는 것을 알고서 집을 샅샅이 뒤졌나 보다. 안방과 드레스룸 거실 그리고 서재방까지 귀중품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장식용 작품까지 다 뜯고 확인해서 작은 보석함 몇 개에 종이로 꼼꼼하게 하나씩 싸서 넣어놓은 패물과 손자 돌 때 주려고 만들어 놓은 금붙이 노리개 셋트까지 털어갔다. 이미테이션이 들어간 값싼 장신구나 시계, 신용카드 등은 손대지 않고 정확히 값나가는 물건들만 골라서 가져간 것으로 봐서 전문털이범의 소행이란다. 
시간대도 초저녁이고 아파트 5층까지 베란다를 통해서 올라오리라고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더 충격이 크다. 다행히 은행대여금고에 보관한 금붙이는 화를 면했는데 원래 패물들도 같이 보관했다가 들락거리기 귀찮고 신경쓰인다며 찾아와 집에 두었다가 화를 당했다. 암튼 도둑이 범행하기 전에 미리 정탐해서 가족상황이나 생활패턴을 확인하고 일을 벌인다는데 그 말이 맞는 듯하다. 그 후 경찰서에서는 감감 무소식이다.
대부분 그랬지만 간신히 대학만 졸업하고 바로 결혼했던지라 집사람에게 변변한 반지하나 못해주어 미안했는데 결혼 25주년이 되어서야 큰 맘먹고 값비싼 다이아반지를 사주었고 아내는 너무나 소중하게 여겼고, 여행가면 다른 물건은 안사고 그 곳의 특산물 보석을 봉급생활하는 남편이 놀랠까봐 가격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가슴 졸여가며 하나씩 사 모아 간직 했던 터라 이렇게 도둑맞은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잠도 못자고 열이 올라 우황청심원을 먹고 열이 내려 겨우 잤다. 
평소 물욕이 별로 없어 보이는 아내가 보석을 잃어 버렸다고 그렇게 상심할 줄 몰랐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끝까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도둑질이 강도나 폭력범에 비하면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큰 범죄다.
그 후 산책하고 집에 들어오려면 또 도둑이 들었을까봐 방마다 조심조심 문을 열어보게 되고 밤에 더워도 창문을 꼭 닫고 잔다. 
다 털어 갔으니 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고, 더구나 그 당시 나는 직장에서 숙식하고 아내 혼자 지낼 때가 많아 더 걱정이었다. 오죽하면 도둑이 다시는 넘어 올 수 없도록 베란다 창틀 걸이대에 기르고 있던 다육이 화분을 많이 올려놨다.
이처럼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잃어버리는 것도 큰일이지만 불신과 두려움을 얻게 된 것도 문제다. 평화롭고 행복한 우리 집이 단 한 번의 도둑이 들어서 불안과 걱정의 집으로 바뀌었으니 가정파괴범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은 직업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도둑질을 하지만 장물을 처분할 때는 아주 헐값밖에 받지 못한다고 하니 우리가 잃은 것에 비해 도둑이 얻는 것이 너무나 적다. 
아내가 빨리 도둑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간절히 빌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어쩌다 생각 날 뿐이다. 대종사님께서 평소 출타하실 때에 자물쇠를 채우고 다녔다는 교훈을 잊은 탓으로 여기고 지금은 문단속에 더욱 신경쓴다.

* 3편 부부공동일기 끝부분에서 언급한 제가 주례했고 원불교 교도인 김상욱변호사가 이번 4.10총선에서 울산남구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