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7) 원불교 입교를 축하하며
45년 전 나의 결혼주례선생님이신 이태영박사님은 아직도 세검정에 국제교과서문제 연구소를 차려 놓고 연구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93세의 대역사학자이시다.
일찌기 1950년대에 국비장학생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을 했고 독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아 우리 부부 주례당시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동구라파 문제 연구소장으로 계셨고 친구의 대학원 은사이신데 친구가 추천하여 내 주례를 서주셨다.
그동안 선생님은 주례를 많이 하셨는데 우리 부부가 제일 예쁘게 잘 산다고 어여삐 여기시고 수시로 전화하셔서 밥 사줄테니 세검정으로 오라고 하시면 먼 길을 기꺼이 달려가 같이 식사하며 수 많은 질문에 말동무를 해드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얘기를 해드리면 매우 좋아 하신다.
9년 전 84세 때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원불교에 대한 관심을 보이셔서 중곡교당 법회시간에 직접 오셔서 설법 듣고 분위기도 지켜보시라고 몇 번 모셨더니 좋아라 하셨다.
매형인 목산님과 큰 누나인 현타원님을 인사시켜 드렸더니 두 분이 인상이 참 좋으시다고 만날 때 마다 칭찬을 하시며 두 분을 세검정에 불러 맛난 밥도 사주셨다.
보통은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하셔서 구기동 민속두부집에 가 반주로 막걸리 딱 1잔을 맛있게 드신다.
이 교수님은 고향이 익산이고 원래 불교집안에서 성장한데다 한 때 원광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셨기에 원불교에 관심이 많으시고 원광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실 때 박길진총장님과 전팔근부총장님과도 친하게 지내셔서 원불교에 호감은 있었지만 아내가 기독교도라서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을 하여 40년간이나 적을 두고 있는데 또 개종을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서 고려를 못하고 지내셨다.
수년 전에 나에게 대산상사 법문집, 원불교 교사, 좌산상사님 법문집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주셔서 구해 드렸더니 그 엄청난 분량의 경전을 열심히 다 읽으시고 마음에 드신다며 원불교 교당에 가보시고 싶다고 해서 중곡교당으로 모셨다. 그 덕분으로 교당에 안내해준 감사의 뜻이라며 몇 차례 식사를 하는 등 더 가까이 지냈다.
이교수님은 몇 차례 중곡교당 법회에 참석하셨으나 너무 멀어서 가까운 사직교당에 시간 날 때 가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느 날 뜻밖에 전화를 해서 사직교당에서 입교를 했고 법인절인 8월 21일에 득도식을 하신다며 죽을 때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내가 진짜 고심하여 선택한 종교가 원불교이니 원불교와 함께 죽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감격스러웠다.
너무나 반가워서 8월 21일을 법사위를 받는 거룩한 식장이라 생각하고 아내와 더불어 꽃다발이라도 안겨드리려고 달려갔다. 또 이 기쁜 소식을 현타원 종사님께 말씀드렸더니 대학자가 고심끝에 원불교를 인증하여 내린 큰 결단이라고 반겨하시며 사직교당 김시은 회장님을 잘 아시므로 특별히 부탁말씀 드리러 가겠다며 오전 10시반에 시작하는 사직교당 법인절에 목산님과 함께 득도식에 참석하셨다.
그 후 나에게 유지비는 얼마나 내야 하냐 원광대총장은 누가 될 것 같으냐 새만금개발 사업단장은 누구냐 등 궁금한 일이 있으시면 수시로 전화를 하시며 늦게 입교하셔서 원불교 교리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 하시지만 워낙 연로하셔서인지 알려드리면 금새 잊어버리신다.
하지만 비록 금세에는 늦었지만 내세를 준비하시는 마음으로 공부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세검정 가까이에 사시는 우리교당 도산 윤광일 교도가 그 분 연구실에 자주 들리시고 원불교 교리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셨다는데 지금은 많이 연로하시고 건강도 좋지 않아서 뜸하지만 학자끼리의 대화여서 심도있게 대화를 나누신단다.
또 이 교수님은 교화에 관심이 많고 원불교발전에도 관심이 많으시다. 또한 정치 경제등 사회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의견표현도 많이 하신다.
나는 가족교화도 어려운데 연로하신 내 주례선생님이 늦은 나이에 원불교에 입교하셔서 함께 공부하고 미약하지만 도와 드릴 수 있어서 보람이 매우 크다.
비록 늦게 시작한 공부지만 영생의 입장에서 보면 늦은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건강관리 잘 하여 함께 더 오래 공부하고 큰 깨달음이 있으시길 기원한다.
5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