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중고등학교(구.서울소년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이 우주의 하나뿐인 아름다운 나로 살아가길

박도환 신림/워싱턴교당 교도

2024-08-28     한울안신문

고 헌산 길광호 교무님이 계실 때 함께 고봉중고등학교(구 서울소년원) 종교봉사활동을 하던 옛 원불교 서울교구 대학생 연합회(서대연) 인연들을 하나둘씩 찾아가며 함께 서원을 다지던 중에, 우연히 올해 고봉의 여름 종교훈련에 하루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6~27년 전 사당역 언덕에서 만나 헌산님께서 운전해 데려다주시던 그 길을, 이번에는 제 차로 운전해 도착한 고봉중고등학교는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그 자리에 있었고, 반갑게 맞아주시는 강산 강성운 교무님을 비롯하여 함께 봉사하러 오신 분들과 여러 단계의 철문을 지나 교실로 향했습니다.
첫 번째 활동으로, 이번 훈련에 참가한 8명 모두가 나의 이야기 라는 주제로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매주 울산에서 의왕까지 20분 면회를 위해 오시는 부모님의 지극한 은혜, 사람의 판결과 진리의 판결의 차이,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을 구별하는 방법, 반복되는 업력의 무서움, 우리를 존재하게 하시는 은혜들과 그에 대한 감사 등으로, 한 아이 한 아이를 다정하게 지도해 주셨습니다.

두 번째 활동이었던 보석 십자수 시간에는 산처럼 큰 아이들이 조용히 앉아 비즈 공예를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한 알 한 알 꼼꼼하게 붙여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현진이와는 달리 태민이는, 정교함이 요구되는 이런 정적인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듯 처음부터 비즈를 쏟아붓고 손톱으로 밀며 어설프게 시작했으나 교무님과 봉사자의 응원을 들으며 한 알 한 알에 정성을 들이더니, 결국 멋진 무궁화 십자수를 완성하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27년 전, 대학생 봉사자로 고봉의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모범이 되는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했지만 2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 아이들이 자신의 환경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가 더욱 간절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 오랜 시간동안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살아오며 외면당하고 고립된 한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수도 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우리 각자가 ‘이 우주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나'로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세상을 위해, 아직은 한 마음을 돌릴 자력을 세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항하사 모래 수만큼 수많은 좋은 인연들이 항상 가까이 있기를 기도하며, 힘이 닿을 때마다 제 손도 보태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이번에 만난 아이들이 앞으로 살면서 수없이 답답하고 욱하는 순간이 있을 때마다, 개벽성자로서 스스로 빛나고 있는 성품을 반조하여 이렇게 멈추고 집중하며 뒤돌아보던 한 마음을 잊지 말고 힘을 내어 악업을 소멸하고 선업을 쌓아가기를 사은님께 기도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 
특히 21년 전, 강 교무님을 고봉에서 만난 한 인연이 온갖 어려움을 딛고, 오늘 만난 모든 아이들이 소망하던 그 모습, 아주 평범한 남편으로, 아빠로, 회사원으로 바쁘게 살면서 틈내어 자원봉사하러 오신 만남을 통해, 20년 넘는 교무님 활동의 결실을 엿보는 듯하여 기도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까지 함께한 하루였습니다.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