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과 안티 코리아-임형준
임형준의 지구촌 이야기
2007-01-04 한울안신문
한류 열풍이란 말을 언론에서 종종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아시아로 발령을 받으면서 한국 문화가 요즘 이 곳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다. 우선 DVD나 영화를 취급하는 곳을 가보면 베스트 셀러 상위랭킹의 상당수가 한국영화나 드라마이고, 대규모 취급점은 아예 한국 영화/드라마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태국TV에서는 한국 드라마들이 매일같이 나오고 있고 TV 채널이 하나밖에 없는 라오스에서도 10년이 지난 한국 드라마가 프라임 시간대에 매일같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얼마전에 방문한 싱가포르, 이번에 함께 일하게 된 일본 동료에게서도 한류의 열풍이 얼마나 거세게 아시아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들과 얘기하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한국 드라마 얘기를 하는 사람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겨울 연가, 대장금, 풀 하우스 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젊은이들은 한국 스타들의 사진을 컴퓨터나 핸드폰에 이미지 캡쳐를 해두고 다니는게 유행이며 유명한 드라마의 한국 음악 역시 어디 가나 들을 수 있다. 사실 필자는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한국 드라마를 볼 기회가 자주 없는데 오히려 이 곳 사람들이 본인보다 더 한국 드라마와 스타들을 잘 알고 있어 놀랄 때가 많았다. 사실 해외 생활을 오래 해 온 사람으로서 한국의 이미지와 인지도가 좀 좋아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온 게 사실이었다. 배낭여행을 처음 했던 90년대 초반에는 동양인은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을 알고 있어도 이름만 들어봤지 한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을 거치고 최근에 몰아친 한류열풍으로 한국의 이미지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5천년간 축적해 온 우리의 우수한 문화 콘텐츠와 한국인 특유의 창의성이 이제 세계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한국의 세련되고 발전된 모습, 아름다운 사람들로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보다 실제 한국인들과 부딪히며 실망하는 현지인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 상급자의 구타와 폭언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 보다 못 사는 나라에 가서 현지인을 무시하는 일부 관광객들의 태도,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기본적인 매너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한국인을 직접 접하는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가 많다. 또 교민들끼리 이권 다툼으로 수많은 법정 분쟁이 생기고 현지인들이 왜 한국 사람들은 외국까지 와서 자기네들끼리 저렇게 매일 싸우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렇듯 멀리서 바라본 모습과 가까이서 직접 본 한국인의 모습의 괴리에서 한류 열풍은 안티 코리아로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가지고 있다. 해외에 나가봤거나 생활해 본 사람은 국가의 이미지가 개인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 나라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 대접이 달라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제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정도가 되었지만 높아진 한국의 이미지만큼이나 우리 역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상대방의 문화를 진심으로 존중할 때 이렇게 점화된 한류열풍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할 수 있고 더욱 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WFP(유엔세계식량계획) 라오스 구호 및 복구 식량 지원 프로젝트 총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