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와 이춘풍의 대화②

일견「대종경」서품 장의 순서가 연대순대로 따른 것으로 보이나, 장별 사실 하나하나를 톺아보면 장의 순서와 완전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대종경 편수자의 초기교사에 대한 이해가 지엽적이고 통시적이지 못함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또 지문 중에 거의 시제를 밝히지 않아 애매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은연중 시대순 배열의 교사 이해를 하게끔 묵시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춘풍(1876~1930)은 원기6년에 처음 전라도에 와서 고모부 송벽조의 인도로 부안 봉래정사에서 소태산 문하에 입문하고 그의 명을 따라 그해 섣달에 변산반도 줄포만에 이사 온다. 그리고 원기8년 스승의 모친상 조문차 길룡리에 와서 영산원 건축에 참여하게 된다.
소태산과 이춘풍의 방언답에 관한 대화는 원기8년 가을에 이루어졌을 법한데, 교사공부의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일반에게는 원기4년 봄 방언공사가 끝나갈 즈음에 이루어진 법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서품 법문의 배열이 묵시적인 시사를 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잘못된 인식의 전형적인 사례는 이춘풍의 유자녀의 회고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산종사의 어머니이신 준타원 이운외 할머님이 저의 부친(이춘풍)의 고모님이 되시거든요. 정산종사님께서 경상도에서 구도하시다가 전라도에 오시어 대종사님을 상봉하시고 제자 되시어 가족들을 솔거하시고 이사하시었어요. 우리 부친께서 고모님 인사차 방언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때에 영산에 가시어 대종사님을 뵙게 되었어요. 뵙고 난 심경이 왠지 수십 년 그립던 부모님을 만난 것 같더래요. 우리 아버지는 강직하신 분이었는데 마음이 느껴워 눈물이 날 것 같은 심경이시더래요. 그게 천생연분이라는 것이죠. 그때 대종사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으시고 너무너무 좋아하셨대요. 아버님 법명이 봄 춘(春)자 바람 풍(風)자이시거든요.”(항타원종사문집, 「내가 모신 대종사님」97쪽)
위 인용구절은 이춘풍의 7녀 이경순의 회고담이다. 방언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때라면 이경순이 만 3∼4세 무렵, 경상도 금릉에 살던 때로서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분별하고 기억할 수 없는 어린 나이다. 이에 반해 신빙할 만한 공식 자료「불법연구회 입회자 원명부」에는 이춘풍의 입문 일자가 원기6년 음 9월 1일자요 지도인은 송벽조로 되어있다. 송벽조는 이춘풍의 고모부로, 춘풍이 고모댁을 위해 전라도로 찾아왔다가 도리어 송벽조의 지도로 부안 변산의 소태산을 만나 감화 받게 된다. 이러한 전후 상황을「환고향(還故鄕)시키기 명분」과「유공인 역사」를 근거하여 연표로 작성하면 다음과 같다. (이하 음력)

원기4년

6월 26일 송벽조, 소태산 만나 제자됨. 8월 송규, 소태산 명에 의해 변산 월명암에 삭발하고 백학명의 제자로 들어감. 9월 송벽조, 솔가하여 영광으로 이사. 12월 소태산, 변산 입산.

원기5년
4월 29일 송도성, 소태산의 제자 됨.

원기6년
9월 1일 이춘풍, 고모댁 환고향시키기 위해 영광 갔다가 송벽조의 안내로 변산에서 소태산 뵙고 제자 됨.

원기7년
12월 25일 이춘풍, 변산 종곡으로 이사. 봉래정사에 하루 걸러 찾아가 청법낙도함.

원기 8년
7월 소태산, 모친 환후 급보 듣고 영광 귀가. 7월 15일 소태산 모친상, 이춘풍, 영광교실 건설 참여 수개월 근무. 11월, 영광교실 완공, 소태산, 전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