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살림의 주인

1 현문우답 / 이원기 교무(개봉교당)

2014-10-30     한울안신문

일요일 오후 문단속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모르는 사람이 1층 현관으로 들어온다. 어떻게오셨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1층 화장실 쪽으로 간다.


순간 “여기 화장실은 일요일에 교도님들에게만 개방하고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저기요” 똑똑 노크를 하는데 나보다 더 큰 소리로 문을 두드린다. 막무가내인 모습에 화가 난다. ‘화장실 불을 꺼버릴까’, ‘지키고 있다가 나오면 한 마디 할까’ 진심(嗔心)이 나서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니‘왜 교도님 말고 다른 사람이 화장실을 쓰는데 화가 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어간 그 사람의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모르는 사람이 내 것을 이용한다는 생각에 나는 화가 나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이용하면 ‘아무렇게 더럽게 사용하고 내가 그걸 청소해야 하는 구나’하는 생각에 화가 난 것이다.


화장실 청소는 청소아주머니가 하시는데…. 결국 자그마한 내 것에 집착하고, 내 조그마한 살림에 집착해 교도는 아니지만 주변 이웃일 수 있는 사람에게 원망과 진심의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정말 급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도 모를 텐데 말이다.


대종사님께서는 「대종경」 불지품 8장에 당신이 살림하는 법에 대해 말씀을 해 주셨다. 전주 경편차(輕便車)뿐 아니라 나라 안과 세계의 모든 차까지도 내 것을 삼고 대지 강산까지도 내 것을 삼아 너른 살림을 하신다는 법문 말이다.


또한 “범상한 사람들은 기국이 좁아서 무엇이나 기어이 그것을 자기 앞에 갖다 놓기로만 위주하여 공연히 일 많고 걱정되고 책임 무거울 것을 취하기에 급급하나니, 참으로 국한 없는 큰 본가 살림을 발견하지 못한 연고니라”, ‘아, 내가 내 것으로만 갖다놓기에 위주 하여 공연히 일 많고 책임 무거울 것을 걱정하는 기국이 좁은 사람이구나’ 마음을 챙기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너른 큰 본가 살림의 주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화장실 문을 잠그려다 도로 열어놓고 많은 사람들이 잘 사용하시길 염원해 본다. 주차금지 안내판을 세우려다 다른 이웃들이 이용하라고 살그머니 한쪽으로 붙여서 세워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