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인권과 종교폭력 ①

4 차옥숭 교수 / 이화여자대학교

2015-11-01     한울안신문


“인간은 종교적 확신을 가질 때 가장 철저하고 즐겁게 악을 행한다.”파스칼「팡세」에서


얼마 전 E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교회의 여자 목사를 모시고 공개 강연회를 개최했다. 공개 강연회 공지가 대학원 홈페이지에 나가자 동성애를 옹호하는 목사를 데려다 공개강의를 하는 데 대한 항의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


강연회는 무사히 마쳤지만, 총장실 등 이곳저곳 들쑤시는 그들의 집요한 항의 전화가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근에‘서울 인권헌장’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파기 되기까지의 관련 자료들과 2015년 성소수자들의 축제와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았다.


소리를 지르며 손을 높이 들고 방언을 하거나 울부짖으면서 기도를하는 동성애 반대자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뜨거운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라는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있는 오늘날의 사회적, 종교 문화적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들의 광기어린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신학적, 성서 해석학적 검토를 통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들이 꾸준히 해온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와 정통성을 이승만, 박정희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 개신교의 기여와 선민사상을 강조하고, 반공 이데올로기, 시장주의, 발전주의, 선진화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와 애국주의, 선민 사상을 동성애 반대와 연결시켜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은‘건강하고’, ‘건전한’,‘ 대한민국 시민’으로부터 이른바 종북 세력,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타자화, 병리화하고, 세금과 질병을 타자화의 무기로 사용하면서,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타락의 근원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그들은 이를 위해 증거 없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2007년에 법무부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입법예고를 하였다. 그러자 법무부로 기독교인들의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허용법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기독교인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를 위한 의회선교연합’이 만들어지고, ‘동성애허용법안반대 민간단체도 조직되었다. 결국 2007년도에 만들어지려던 차별금지법은 무산되었다. 이에 대해 항변하던 한국 성적소수자인권센터 대표로 있는 한채윤의 말이 생각난다. “차별이라는 것은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저희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종교적 가치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차별의 허용을 결정하려는 태도였습니다.” 2014년 서울시 인권헌장의 제정과정에서 성소수자들은 2007년에 겪었던 아픔을 또 다시 경험해야 했다. 서울시는 시민위원을 공개모집한 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원자를 성별, 지역, 연령별로 분류한 뒤, 무작위추첨을 통해 10.5대 1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민위원을 선발하였다.


그리고 150명과 전문위원 40명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2014년 8월 6일에 발족하였다. 시민위원들은 토론하고 배우고 조율하면서“서울시민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모든 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관용의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5조> 등 인권헌장의 한 조항 한 조항을 만들어갔다.


그러던 중 인권헌장과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에 대한 반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9월 25일, 도하 7개 신문지면에‘박원순 시장님, 서울시민 대다수는 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이 서울시민 인권헌장에 포함되는 것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전면광고가 일제히 실리면서부터였다. 신문지면 1개 면 전체를 도배한 광고에는 1~2차 시민위원회 회의 결과를 정리한 것 중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동성애 조항을 넣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라고 터무니없는 왜곡을 했다.


다음 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