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균 전문의 manaman@medigate.net
어릴 적 할머니의 공갈 젖을 빨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어머니의 쭈그러진 젖을 만져본다. 저 젖을 통하여 내가 이렇게 자라났구나 하면서.. 하지만 쭈글쭈글해진 어머니의 젖을 보면 왠지 서글퍼진다. 그러다가 징그럽다고 구박을 맞고 떨어진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남편도 의사였고 아들도 의사인 어느 할머니께서 목욕탕에서 때밀이 아주머니가 때를 밀다가 유방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밀진찰결과 유방암으로 판명된 후 약 1년 있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이다. 조금만 더 일찍 발견하였다면....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00 암등록환자 통계’에 의하면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위암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1위는 위암(15.8%)이고, 유방암(15.1%), 자궁경부암(10.6%), 대장암(10.5%)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6년간 추이를 보면 다른 암들은 조기검진과 의학의 발전 때문에 그런지 많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유방암은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인지 73.6%나 증가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유방암이 잘 발생하는 여성의 특징은 50대 이후의 여성, 가족 중에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 여성, 초경연령이 14세 이전인 여성, 폐경연령이 50세 이후인 여성, 만삭분만을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여성, 첫 만삭분만이 35세 이후인 여성,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 체중이 63kg 혹은 비만지수가 25이상인 여성이다. 그 밖에 고지방, 고단백 식사를 자주하는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아마도 현대생활에서 점차로 고지방, 고단백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초임 연령이 높아지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고, 초경이 점차로 빨라지는 이유 등으로 여성들에게서 유방암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듯 하다.
유방은 자주 관찰을 할 수 있다. 유방암환자 70%가 본인이 발견한다.
유방암 자가 진단법은 다음과 같다.
아직 폐경을 안 한 사람이라면 생리가 끝난 후 3~5일쯤 지난 후에 유방이 부드러운 시기에 검사를 한다. 샤워나 목욕할 때 약간의 비누를 묻혔을 때 부드러워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양 팔을 위로 올려서 유방에 이상이 있는지 관찰한다. 자연스런 모습인지, 어느 부위가 들어가거나 나온 부위가 있는지 알아본다. 유방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피부에 이상이 생겨 들어가거나 나온 부위가 있을 수 있다. 그 다음 한 팔을 위로 한 상태에서 반대편 손가락 세 개를 펴서 바깥쪽에서부터 원을 그리며 유두 쪽으로 부드럽게 마사지 하듯이 유방을 살짝 누르면서 이상한 덩어리가 있는지 알아본다. 최근에 새롭게 생긴 덩어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아픈 부위가 있는지 알아본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3~4회 시행하여 이상이 없는지 알아본다. 반대편도 같은 방법으로 시행한다. 그다음 유두를 가볍게 짜서 분비물이 있는지 알아본다. 맑거나 우윳빛의 분비물이 한두 방울 나올 경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끈적거리거나 핏빛의 분비물이 계속 나오는 것은 비정상으로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또한 겨드랑이쪽도 부드럽게 3~4회 같은 방법으로 만져보아 멍울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만20살이 넘은 여성은 매달, 생리후 수일이내에 주기적으로 시행하여야 하고 생리를 하지 않는 여성은 매달 정해진 날에 주기적으로 관찰을 하는 것이 좋다. 유방암 자가진단법을 시행할 경우 유방암 1기를 찾아낼 확률은 약 3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가급적이면 일년에 한번정도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도 좋다. 자신이 발견할 수 없는 작은 응어리가 전문의의 진찰에서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50대 이상에서 유방암의 발생빈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매년 1회 정도 유방조영술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예방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어떠한 암도 조기발견, 초기치료가 원칙이지만 특히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유방을 들어내지 않는 간단한 수술로서 완치율이 85%이상이나 말기의 경우 치료율은 10%이하로 매우 상이한 결과를 낳는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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