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일관한 진리의 세월
일요일이면 제일 먼저 교당에 도착해 청수를 갈고 촛불을 켜며 정성스런 마음으로 법회를 준비하는 교도가 있다. 52년째 법신불을 신앙하면서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생을 마칠 때까지 이 법속에 살고 싶어 정성을 모으다 보니 30년 동안 법회에 빠질 수도 없었다. 진리 속에 오롯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릉교당 조봉신 교도가 그 주인공이다. 새벽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샤워 후에 그녀는 남편(김정완 교도)과 함께 기도와 좌선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제게 기도는 생활입니다. 사은님과 한 마음이 되어 힘들 때는 하소연도 하고 기쁠 때는 감사도 드리고 항상 친구처럼 대화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 진리의 품안에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되더군요.” # 든든한 법동지 남편 지금은 곁에서 든든한 법동지가 되어 새벽기도 시간에 법어 봉독을 담당하고 있는 남편이 한때는 급한 성격에 그녀에게 상처를 줄 때도 언제나 기도로 일관하니 웃으며 살 수 있었다고 미소 짓는다. 서로 스승이자 법동지로 의지하는 남편이 “다음 생에도 부부로 또 만나자”고 이야기 할 때면 그녀는 “다음 생에는 전무출신 해야 하니 그럴 수 없다”고 단호히 이야기 한다. 아내의 투철한 공부심을 이해하는 남편은 그냥 웃음으로 서운함을 대신한다. 약 25년간 단장과 중앙으로 활동했고 교당 봉공회장을 역임하면서 봉사 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그녀는 원로로 물러나서도 후진들을 챙기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공활동도 여전히 솔선해서 하고 있다. 변함없는 신심을 곁에서 지켜 본 정릉교당 신자연 교무는 “조 교도는 교도의 표본이며 원불교의 보물이다”고 귀띔해 준다. 그녀에게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하고픈 이야기가 있다. 결혼 전 전북 장수교당에 다닐 때, 그녀의 신심 강한 어머니는 교당에서 젊은 여자 교무님이 혼자 주무시면 위험하다고 꼭 그녀에게 교무님과 함께 잠을 자도록 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교당에 가서 교무님께 한문도 배우고 이야기도 하며 식구처럼 지냈다. # 정산종사와의 인연 “그 당시 정산종사님께서 장수교당에 자주 오셔서 설법도 하시고 선도 나시며 쉬시다가 가셨어요. 어느 날은 밭에서 일하다 보니 길 한가운데에 정산종사님께서 지팡이를 짚고 서계셨어요. 한참을 지나서 보아도 그대로 서계시고 한 시간 이상 그렇게 서서 입정을 하셨지요. 입정 후에는 일하는 저희들 곁에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인자하고 훤하신 모습이 지금도 머리에 생생히 떠오른다는 그녀는 “결혼 후에 뵈었을 때는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정산 종사님께 홍시를 갖다드렸던 기억도 나네요”라며 소녀처럼 상기된 모습으로 스승에 대한 옛 기억을 더듬는다. 정산종사님의 가르침에 힘입어 그녀의 친정 식구 중에는 큰언니(평택교당 조현숙 교도),둘째언니(장수교당 조홍인 교도)에 이어 조 교도까지 모두 세 명의 법사가 탄생했다. 그녀는 요즘도 언니들을 만나면 법이야기로 밤이 새는 줄도 모른다며 일원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혜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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