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9일은 성 라자로마을 환우들의 공동생일이다. 박청수 종사님께서 32년간 정산종사님의 삼동윤리에 바탕한 종교간 협력을 쉼없이 이어오신 실천현장이다.
올해로 32주년이 되었으니 강산이 변하였어도 3번은 족히 변했을 오랜 세월이다. 특히 올해는 박청수 교무님이 퇴임하시고 새로 오신 교감님께서 함께 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교도님들이 정성과 사랑으로 마련한 갖가지 먹거리들을 싣고 도착하니 자애로우신 수녀님들이 밝은 미소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식당의자에 일찌감치 자리하고 앉아 우리들을 기다리시는 한센병환우들! 100여 명이 훨씬 넘던 숫자가 눈에 띠게 줄어 군데군데 빈자리가 아마도 생을 마감한 분들의 자리라 생각하니 한 순간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오랜 세월동안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살아온 탓인지 표정들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오랜 투병생활에서 얻은 흔적들….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 마디마디가 휘어져 형체가 변해버린 모습들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 분들은 복 받은 분들이었다. 편리한 시설의 보호와 신부 수녀님들의 넘치는 사랑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교도님들의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들이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케익 컷팅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천진스런 아이들 모습이었다. 이어서 위문공연에 출연한 교도님들! 각기 사명감으로 분위기를 위해 제 각기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니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었고 신바람 나신 그 어른들과 교도님들이 하나가 되어 노래 부르고 춤추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박오진님께서 한분 한분 앞으로 용돈을 챙겨 전달해 주시며 앞으로 20년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고령의 그 분들의 생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한센병 환자가 추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곳의 존재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의 할 일이 없어지고 성라자로마을이 폐쇄되는 현실이 온다 해도 차라리 그것이 더 바람직한 일일 것 같다.
작년에 입소했던 23세의 스리랑카 청년 2명도 눈에 띠었다. 검은 피부에 순수하고 해맑은 눈동자의 청년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치료를 위해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투병생활 하는 그들에게 신속한 쾌유를 얻어 그리운 조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축제의 한마당이 되었던 생일잔치가 성황리에 끝나고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80여 명의 환우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돌아서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작별을 아쉬워하는 환우들을 뒤로 한 채 내년을 기약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며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남을 돕고 살 수 있는 처지에 무한한 감사와 은혜를 느꼈다. 신석련(강남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