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맛있게 차려 놓은 밥상, 그렇다면 천천히 음미하며 체하지 않게 먹고 싶다. 나도 좋고, 또 나로 인해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말이다.”
사람들은 간혹 그녀 세대를 ‘위로는 시부모를 정성껏 모셔야 했고, 아래로는 자식을 모셔야 한다’는 의미로 ‘낀 세대’라고 표현 한다.
그리고 그녀도 그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이들과 다른 것은 사은님의 은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웃으며 감사하다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녀의 나이테
강동교당 김묘선(60세) 교도. 나무의 나이테가 자신의 지나 온 세월을 말해 주듯 그녀의 주름은 얼굴을 편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손자를 키운다고 하면 많이 힘들겠다고 하세요. 거기다가 나이 찬 딸 둘이 있다고 하면 많이들 걱정 해 주시고요.”
하지만 이것 또한 자신 몫의 밥상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그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을까가 걱정이지 힘들다고는 생각 안 했다는 그녀, 며느리에게 해 줄 수 있고 어머니에게 줄 수 있는 지금이 있어 감사하단다. “이런 마음이 전염 됐는지 남편도 지금에서야 고맙다고 말해주고 저를 소중히 생각해 줍니다.”
그녀가 힘들다면 끝도 없을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건 이런 남편과 원불교 그리고 경전 덕이었다.
“경전을 읽으며 어머니에게 딸이 되려 노력하고, 며느리에게 친정어머니가 되려 노력합니다. 다 마음공부의 재료들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 감사합니다
사실 그녀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원불교 집안으로 시집을 왔다.
“결혼 후, 교회에 나가면 시어머니가 섭섭해 하실 것 같고 교당에 나가면 친정어머니가 섭섭해 하실 것 같아 아무데도 안가는 걸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어머니를 따라 교당에 다니게 됐지요.” 그러면서 그녀는 한 가지 후회를 했다.
‘젊었을 때 다녔다면 힘들고 어려웠을 때 현명한 선택을 했을 텐데…. 그 때 다녔다면 남편도 조금 더 빨리 교당에 다니고 있을 텐데….’
하지만 이런 후회도 지금은 옅어진지 오래란다.
“한 걸음 발을 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시작을 했으니 이제 꾸준히 걸어가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곳에서 그녀는 또 한 가지를 얻었다.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곳,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믿음이다.
“이 곳에는 봉사 하고 노래 할 수 있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경계를 두고 돌아 갈 수 있는 제 힘의 원천이 있는 장소이고요. 그런 장소가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마지막까지, 감사하다는 말을 놓지 않는 그녀, 창생의 인연으로 만난 자신의 인연들이 예쁘고, 이 보다 더 힘든 생활이 아니라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에게 무엇이 감사하고 무엇이 감사하지 않은가를 따질 수 있을까?
그저 이런 그녀가 존재하고, 만날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