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외운 독경집 한권이 제 인생을 아름답게 가꿔줬습니다.”
마주하자마자 ‘혜택 받은 사람’이라 자신을 소개한 이중원 교도는 그 이유를 이 한권의 책이라 간단히 말했다.
# 딸의 아버지
“새벽에 아버지가 좌선하시면, ‘아빠 앉아서 주무신다’며 동생들과 그 앞에서 장난치곤 했어요.”
원불교 하면 아버지가, 아버지하면 원불교가 연상될 정도로 신심 깊었던 부친을 가졌던 이 교도. 사랑방은 아버지가 전하는 대종사님 말씀을 들으려는 동네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였고, 이 교도는 그 속에서 아홉분의 혈인제자와 실상사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어느 날은 다 외우라며 독경집을 건내셔요. 청정주, 영주, 성주, 금강경… 어린나이에 외우기도 벅찼을텐데, 아버지와 같아진다는 생각에 외우고 또 외워 아버지 앞에서 자랑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인생에 중요한 뿌리를 심어 주셨던 순간이라 생각한다는 그. 실제로 그녀 인생에 중요한 순간마다 마음속에 새겨진 것이 그 때 외웠던 독경집이었다.
“결혼 후 얼마 안 돼 연탄가스를 마시고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제가 안 깨어났나 봐요. 그러다 청정주를 외우면서 벌떡 깨어났다는 거에요.”
그 때 그 의사가 얼마나 놀랐는지는, 아직까지도 그녀 가족에게 화제거리일 정도. 또 만나는 경계에서도, 말 먼저인 것이 청정주요, 영주였다. 한 템포 쉬는 쉼표 같았다.
“아버지는 경계가 닥칠 때마다 마음 찾아 갈 곳을 알려주신 거, 그리고 어디에 있는 교당이든 내 집이란 느낌을 심어주신거지요.”
# 닮아가는 그 딸
그래서였을까, 삶이 바쁠 때에도 설법만이라도 듣기 위해 교당 끄트머리에 자리했던 그녀. 식품점을 할 땐 일주일에 한번 밖에 교당에 못 가는 허전함을 달래려 가게 양쪽에 스피커를 달고 법어명상이며 설법 테이프를 틀어 놓았다.
“그랬더니, 가게를 오가는 사람마다 ‘좋은 소리다’며 한 마디씩 하더니, 나중에는 ‘여기만 오면 마음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까지 하는거에요.”
그 중에서도 ‘마음공부하게 법어 테이프를 사달라’며 부탁했던 우체부 아주머니는 어느날, 무작정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가기도 했다. 얘기 인즉, 시어머니와 불화로 힘들었는데, 자신이 들으려던 법어명상을 시어머니가 듣고 마음을 돌려 자신과 편안한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분은 물론 지금은 연변으로 돌아간 조선족 아주머니, ‘다른 집과 다르다’던 단골손님까지 연원을 달아 교당으로 인도했지요.”
그러다 어느덧 드는 생각, 그녀 가게가 그 예전 대종사님 말씀을 전하던 아버지의 사랑방을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 예순의 그녀
요새 이 교도는 귀한 시간이 하나 늘었다. 몇십년 째 해오고 있는 좌선, 기도 외에도 화요교리법회와 인터넷 사경이 추가 된 것. 혹시 하나라도 빠뜨릴까봐 꼼꼼이 적은 노트와 점점 늘어가는 타자수가 그녀의 귀한 시간을 증명한다.
“열심히 공부해 깨닫고 깨우치고 싶습니다. 이 나이에도 말이지요. 아버지 따라 가려면 아직도 멀었거든요.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