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우리를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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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우리를 사랑할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3.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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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각감상 / 오영세 , (잠실교당)

어느 날 식탁에 앉았는데 고등학교 입학한 아들 녀석이 “아빠, 요즘 아파트에서도 애완견 기르던데 우리도 강아지 길러요”한다. “그렇지, 나도 개를 무척 사랑하고 기르고 싶단다.”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1950년대 후반 내가 살던 장충동은 대부분 부유층이 살고 있는 동네인데도 초가집에 판자로 울타리를 친 집들이 많았다. 처마 밑에는 제비가 둥지 틀고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담장 옆을 흐르는 실개천에는 몇 쌍의 오리 떼가 줄지어 다녔으며, 그 옆으로 질경이·까마중·명아주 등이 자리잡은 흔하디흔한 풀밭은 벌 나비들의 놀이동산이었다. 여름철엔 한적한 마당에 가마니 깔고 동네 친구들과 누워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울타리에 바짝 붙어서 붉은 감 몇 개 까치밥으로 달고 있는 앙상한 감나무에서 어렵지만 함께 사는 훈훈한 인심과 여유 있고 너그러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꼬끼오 수탉이 의젓하게 폼 잡는 뒷마당에는 암탉들이 여기저기 알을 낳고 순하게 생긴 토종 개 한 마리는 늘 나를 반겨주었는데 그렇게 동물과 어울린 것이 내 생활공간이었고 동물들의 놀이터였다.


나는 아들에게 물었다.


“어린 시절 나도 동물들을 몹시 사랑했지. 문제는 강아지가 너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느냐 생각해 봐야겠지. 과연 그럴까?”


아들은 잠시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하고는 자리를 떴다.


요즘은 핵가족시대가 되면서 모두가 바삐 살고 있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4식구가 얼굴을 보며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기회도 흔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누가 남아서 때 맞춰 동물에게 끼니라도 챙겨 주겠는가? 또 강아지를 키운다며 발톱을 깎아주고 염색하고 짖지 못하게 성대수술도 하고 옷이다 양말이다 장난감이다 사준다지 않는가? 하지만 과연 강아지가 양말을 필요로 하고 발톱 깎기를 바라는 것일까? 생리적으로나 정황으로 보더라도 생각해 볼 문제 아니겠는가?


우주의 일체 존재는 평등하며 저마다 자기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당지사지 역지사지 본지사지(當地思之 易地思之 本地思之)의 의미를 다시 새겨 살펴볼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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