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가꿔나가는데 있어 유무념을 챙기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처음이나 지금이나 잘 되지 않는다. 방법은 어렵지 않으나 꾸준히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무념기를 휴대하고 챙기는 것만 유무념으로 삼자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허리춤 앞에 차고 다니는 게 열쇠고리나 핸드폰에 달고 다니는 것보다 손에 자주 닿는다. 그렇게 한 2년이 지나니 유무념기를 놓고 다니는 날이 적어졌다. 유념 조항과 무념 조항을 너무 많이 정하지 말고 한번에 한 가지씩만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엔 유념 10가지 무념 10가지를 정해 의욕적으로 했으나 이내 지쳐 일주일 아니 몇 일을 넘기지 못했다.
현재의 유무념 조항은 ‘멈추는 것’이다. 멈추면 한번씩 숫자를 올리고 하루중의 숫자를 일기에 기록한다. 그래서 이전보다 많이 멈추고자 노력하는 것이 현재의 유무념 조항이다. 그것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할뿐, 크게 심력을 쏟지는 않는다. 일단 멈추고 내 마음과 행동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상태는 어떤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들여다 본다.
관찰된 것들 중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다시 끄집어 내 법에 대조해 보고 잘 된 것은 칭찬하고 못된 것은 반성한 후 그 원인을 생각해 본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잘 안되는 일들이 더 많은데 그래도 계속한다. 그리고 그 조목을 기도문 속에 넣는다. 자력으로는 안되니 ‘사은님 도와주십시요’ 한다. 기도도 하고 유무념 챙기기도 계속적으로 하다 보면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원하는 결과를 이루리라 믿는다.
또한 이와 병행하는 것은 멈춘 후 관찰하고 대조할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것은 정전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정전을 많이 암기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 자신을 유무념으로 멈추고 마음의 정전에 대조하다보면, 거울을 깨끗이 만들기 위해 좌선과 염불, 독경을 안할 수 없다. 호흡에 마음을 실어 입정에 들면 맑고 평온함을 느낀다. 일을 할 때에도 간간이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정주, 영주에 맞춰 호흡을 깊게 내려 단전에 닿도록 노력한다. 이것이 나에겐 무시선 무처선의 유무념 이기도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음은 내가 내속에 자리를 비워둔 공간만큼 그 시간만큼만 찾아오는 듯 하다. 나의 아집과 옛 습관이 지배하고 있을 때는 만난기 힘든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나를 일시에 놓는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 같고 단지 법으로, 의식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나를 조금씩 물들이다 보면 그만큼 예전의 나는 점점 묻히고 법에 의지해 사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다 다시 처음으로 허망하게 돌아갈 때도 많은데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낙망하지 말고 우리가 걸음을 배웠을 때처럼 넘어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할 것이다. 그렇듯 유무념 조목 중 참회도 계속 줄을 놓으면 안된다.
그리고 일련의 내용들을 많이 기록하자. 그런 일기가 쌓여 다시 대중을 이루면 유무념 조목이 다시 추려진다. 멈추고 관찰하고 대조하고 반성, 칭찬하고 기록하고 일상에 적용하려고 애쓰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똑같은 일상의 지겨움에, 하기싫은 나태함에 젖어 어느 순간 마음을 잃고 지낼 때가 많다. 그래도 또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그때가 오면 정신차리고 다시 시작하자. 하고 또 하면 된다.
이런 지난한 과정에 정성이 쌓이면 어느덧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