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까지 여기 계셨는데, 어디 가셨을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교당 문 앞에서 교도들을 반갑게 맞이하던 그를 다시 찾은 곳은 카페가 들어설 지하주차장. “인테리어 때문에요. 잠시만요!” 이번에는 법당으로 총총 뛰어올라가는 그.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고준신 교도 꽁무니만 쫓아다녀도 넓디넓은 신촌교당 구경은 끝날 듯하다.
# 종로청년회 커플 1호
“누님의 권유로 종로교당 청년법회에 참석했는데, 합리적인 교리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하지만 교회에 다니고 있었던지라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지요.”
‘혹여 잘못된 선택으로 영생을 망치면 어떡하나.’는 망설임이 들자 이번에는 ‘종교가 과연 무엇인데 이렇게 얽매어야 하는가?’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종교관련 서적과 불교서적을 찾하 독파한 그, ‘종교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인간이 종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란 결론에 다다르자 거칠게 없어졌다.
“교리공부방을 만들어 교전공부도 하고 주보도 맡아 만들었어요. 출석인원 100명이 됐을 때는, 흥에 겨워 특집호를 만들었던 것도 생각나네요.”
학교에서는 잠자던 고원회를 재창립 해 3명이던 교우회원을 10여명으로 늘렸고, 교당에서는 도반들과 꿈밭을 창립해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와 노래, 율동 등을 개발했다. 친구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종로교당으로 찾아와야 할 정도로 원불교 활동만으로 일주일이 모자랐다. 유난히도 문열이 역활을 많이 했던 푸르른 20대였다.
“그 중에서도, 제일 뿌듯한 건 종로교당 청년회 커플 1호이었죠. 군대입대 전까지 망설였는데, 교무님이 ‘일원가족이 많이 탄생해야 한다.’며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성공했지요!”
그 후로 ‘이게 되는구나~’ 용기백배한 젊은 커플들이 줄줄이 탄생, 결혼으로 이어지자 이번에는 일원가족화에 한몫했다는 이야기를 한동안 듣고 다녀야 했다.
“참 복을 많이 받았어요. 교우들과 스승님을 만났고, 추억을 쌓았지요. 뚜벅뚜벅 묵묵히 앞으로 걸어간 것뿐인데요.”
# 여전히 푸르른 청춘
이제 50대를 훌쩍 넘었지만 열정만큼은 그대로, 3개월 차 신입교도회장으로 여전히 교당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다.
“회장요? 걱정도 됐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노력하다보면 성장하고 공부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제 역할은 종가집의 맏며느리 같다고요.”
더구나 전 대 회장보다 10살 어려진 회장단, ‘젊은 바람’, ‘봄바람’을 기대하는 교도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임원들과 아이디어를 짜다보면 일요일 5,6시는 훌쩍. 소그룹 위주의 동호회와 공부방, 주위 학생들의 아지트가 될 예쁜 카페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앞으로도 해 왔던 대로 그렇게 걸어가야지요. 있는 듯 없게, 없는 듯 있게, 든든하게요. 저는 신촌교당 맏며느리니까요.”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