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에서 며칠 전에 사용했던 장미꽃 조화를 사용하려고 찾으나 찾을 수가 없다. 지난번에 사용하고 다시 쓰려고 비닐봉지에 꽃이 상하지 않게 잘 보관한 것이 분명한데, 한번 찾아보고, 또다시 찾아봐도 없다.
순간, ‘아! 법당 문을 24시간 열어 놓으니 도선생이 다녀갔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교도님이 그 장미꽃이 예쁘다고 해서 계속 쓰려고 했는데 도선생이 훔쳐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아까운 맘에 속이 먼저 상한다.
앞으로 법당 문단속을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며칠 전 한밤중에 후레쉬를 비추며 소법당에 들어왔던 도선생 생각도 나고, 추운 날 대법당 창문을 밤새 열어놨던 도선생 흔적이 생각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앞으로 어떻게 도선생을 맞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는 엘리베이터도 잠그고 6층 법당 문이 4개지만 다 잠그고, 소법당 문단속도 잘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단속을 너무 잘하다가 혹시라도 교도님이 주중에 교당 오셨는데 법당 문이 잠겨 있고, 엘리베이터가 잠겨 있어서 올라오지 못하게 된다면, 그 교도님의 마음이 얼마나 허망하실까 하는 염려의 마음이 들면서 머리가 무겁고 답답해진다.
‘이 일을 어찌 할꼬’ 하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다. ‘대종사님이 대소유무(大小有無) 자리에서 보라고 하셨지’ 그래, 대(大)자리에서 생각하면 도선생이 법당 구경 왔다가 예쁜 장미꽃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자신이 사용하려고 가져간 것을 내가 잘 쓰나 도선생이 가져가서 예쁘게 잘 사용해주나 같은 것인데 굳이 내 욕심대로 사용하려는 마음이 머리만 무겁게 하고 답답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 장미꽃은 도선생이 잘 사용해 줄 터이니 착심은 놓고 맘을 정리하니 무겁고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새 파란 하늘처럼 쾌청해진다.
도선생 고맙소. 또다시 마음 챙기게 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