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가 아니었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르겠다. IUCN 회원도 아니고, 행사 전 일정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5분 프리젠테이션 하러 다녀오기엔 너무 먼 곳이었으니까. 행사장인 컨벤션센터 하루 입장비가 미화 200달러(약 22만원)여서 초청한 단체에서는 발표 전날과 당일 이틀의 입장비만 지원한다고 하니 나머지 일정에 참여하고 싶어도 비용부담이 커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상의 낙원이라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갈 수 있다는 유혹이 이겼다. 그래서 갔다. 하와이에, 지상의 낙원으로 불리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일까. 가장 하와이다운 행사가 전 세계 환경활동가, 정부기관, 기업 및 연구단체에서 9천여 명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지속된 '세계자연보존연맹 국제회의(IUCN Conservation Cogress)'와 정기총회가 열린 것이다.
IUCN에서 4년마다 한번씩 개최하는 글로벌 회의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주요 이슈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환경분야의 UN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자리다. 자연과 천연자원을 보전하고자 1948년 설립된 국제기구인 IUCN은 국가, 정부기관 및 NGO의 연합체 형태로 발전해 현재는 우리나라를 포함, 90개의 국가회원과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정부기관 및 연구기관, NGO 단체 등이 회원으로 참여해 1300여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IUCN 총회가 열리는 장소로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던 제주도(2012년)에 이어 2016년 개최지로 하와이가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공항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하와이에 머무는 내내 굳이 유명한 관광지를 찾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맑고 싱그러운 공기와 푸른 하늘, 빨주노초파남보가 선명한 무지개, 그리고 도심 한복판에도 그 수명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아름드리 고목들이 늘어서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이 풍요로운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니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참가로 관심을 모았던 9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일까지는 참가단체별로 자연보존과 자원개발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쟁점화 하는 워크샵이 진행되었고, 6일부터 10일까지는 쟁점이 된 주요 안건을 결정하고 차기 IUCN 총회까지 4년간 IUCN을 이끌 대표를 선출하는 정기총회로 진행되었다. IUCN의 모든 결정은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국가회원이든 작은 NGO 단체에 소속된 회원이든 1회원 1투표권을 동등하게 행사한다.
원불교환경연대는 IUCN 회원단체인 ICE Network (Inter-religious Climate and Ecology Network, 기후변화와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종교간 네트워크)의 초청을 받아 9월 5일 진행된 '생태와 윤리-종교에 기반한 모든 생명과의 공존 모델 '워크숍에서 9월 19일로 200회를 맞이한'생명·평화·탈핵순례'와 '100개 햇빛교당을 넘어 세계로 가는 햇빛교당 '활동을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워크숍에는 하와이,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에서 온 종교인들이 각각의 사례를 발표했는데 원불교환경연대 사례는 에너지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는 점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원불교는 참 진리를 상징하는 원(circle)을 상징하는 말과 깨달음과 교화를 의미하는 불(佛), 그리고 가르침을 의미하는 교(敎)가 합해진 이름이라고 그 의미를 소개하고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 사은에 온 생명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음을 알기에 이를 가꾸고 지키는 것은 종교적 사명이기도 하다는 소개말로 시작해 영산 성지로부터 불과 7Km 떨어진 곳에 6개의 핵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핵없는 세상을 향한 원불교의 순례는 시작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을 때부터 참가자들의 시선이 하나로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