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한울안이 만난 사람] 깨어난 개인이 중심되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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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한울안이 만난 사람] 깨어난 개인이 중심되는 공동체
  • 관리자
  • 승인 2017.02.02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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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닥친

성주성지의 전쟁무기 사드 배치소식과

10년 전 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발표된 종교인구 조사결과는

많은 재가 ·출가에게 깊은 우려를 남긴 채 한 해를 마무리하게 했다.
'결복 교운을 맞이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인가?'

또는
'교화정체의 가속화를 알리는 서막인가?'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종교가 가진 본연의 역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강화도 '심도학사'에서 명상과 인문학을 지도하고 있는

원로학자 길희성 교수(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심도학사 원장)와

떠오르는 소장파 종교학자 성해영 교수(서울대학교)를 만나

한국 종교 그리고 원불교의 미래를 묻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성해영교수.jpg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이하 박) : 작년 말 발표된 종교인구 조사에서 원불교 교도가 10년전보다 35%나 줄었다는 통계 결과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큰 충격이었지만 백 년 이후의 원불교를 위한 종교성의 회복, 교조 정신의 회복, 활발한 신앙성의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초기교단의 9인 선진들의 집단적 종교체험인 '법인성사(法認聖事)'를 통한 영성의 회복과 이를 통한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개인적 감상이 들었다.

성해영 교수(이하 성) : 21세기는 종교의 지평이나 양태가 이전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갈 것으로 본다. 종교가 이전의 방식으로 세속과 분리된 형태로 진행해 왔다면 이제는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는 시대이다.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도 심리적, 물질적 경계가 규정하는데 앞으로는 이 경계 자체가 고정되지 않고 변화·확장되고 끊임없이 꿈틀대며 전개될 것이다.
종교는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둘이 아니고 그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것을 신념 체계로 갖고 있다. 반면에 유물론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고정불변의 실체로 존재한다고 본다.
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이게 다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차원과 보이는 차원이 끊임없이 연결되어있고, 보이는 차원이 보이지 않는 차원 속에 들어있거나, 보이지 않는 차원이 보이는 차원을 바깥에서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차원의 존재와 실체가 보이는 차원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그 관계가 유동적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점에서 가장 전형적인 것이 하나는 '신비주의'다. '나'라고 하는 것이 육체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불성(佛性) 또는 신성(神性)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할 엄청나고 광대무변한 무언가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심층심리학 가운데에서도 '융 심리학'또는 '초월 심 리 학 (Transpersonal Psychology)'이다. 각자의 마음속에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집단적이고 또 더 큰 신(神)적인 차원에 이르는 무의식의 층위가 초월적 차원으로 깊숙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결국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더 큰 차원으로의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시대적 조건과 맞물린 신비주의라든가 심리학적 통찰이 예전보다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신비주의와 심층심리학 등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일 수 있다. 한 개인의 주관적 체험을 통해 자신의 마음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남이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전체성이 강조된 집단주의적 시대의 개인의 자아와 집단이 미분리된 상태에서 신비주의는 항상 이단의 위험성을 무릅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종적인 권위의 원천을 초월적 자아 속에서 찾게 되니까 이를 확인하고 인식하고 앎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바로 붓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편 이러한 개인주의적 측면이 공동체성이나 사회성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점이 신비주의 안에서 문제시 되어 왔다.
최근 유행하는 힐링(healing)문화, 자기계발 또는 뉴에이지(New Age) 운동 등의 개인적 영성이 사회적 측면, 공동체적 측면을 약화시켰다는 지적과 비판이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21세기는 상호 경계가 무너지고 개인의 주체성의 강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아울러 개인들이 동등하게 모여서 서로의 공동체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촛불시위도 주체적 개인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어떤 집단의 속한 몰개성한 개인이 무비판적으로 조직을 따라가는 모습이 아닌 것이다. 누군가 공동체의 깃발을 혼자 짊어지고 모두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방식이 아니다. 개인성과 공동체성이 조화를 이루는 최초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예전의 공동체는 그 가운데 속한 리더와 엘리트에 의해 좌우됐고 이후에도 비록 개인주의적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한 개인으로써의 독자성, 지성, 경제, 인권 등이 뒷받침이 되지 않아서 역사적 개인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르러 개인의 온전한 삶이 구현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바로 이전 세대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후천개벽'의 놀라운 시대가 온 것이다. 앞으로 이 경향성을 어떤 분야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대학 사회도 예전에는 모든 지식을 독점하고 사회의 모든 분야의 엘리트가 모여 있었지만 지금은 대학밖의 영역이 너무나 발달해 이제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 전문가로 기능할 수 없게 됐다.

더 이상 대학이 정보와 지식의 독점체가 아닌 것이다. 종교적으로 봤을 때는 과거 서양의 교회가 그 역할을 했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유일한 계급이 바로 성직자였다. 동양에는 유학자들이 분리되지 않은 종교 ·사회·정치 이데올로기의 독점세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시대가 됐다.

: 영적(靈的)이나 지적(知的)으로 상당한 경지에 이른 재가교도·평신도 또는 일반인들의 등장에 이제는 종교인들이 위기감을 느껴야 할 정도다.

: 모든 부분을 다 알고 모든 사람들을 다 이끌어주는 방식의 리더는 이제는 존재하기 힘들다. 성직자들도 사회의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예를 들어 심리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교무 등으로 각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이들을 출가시키거나 양성시켜 전문성과 주체성을 가진 개인으로 더 적극적으로 '시대를 따라 학문을 준비해'자기 스스로를 넓히고 자신의 방식으로 남들도 넓어지도록 기여할 수 있게 도와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이들이 모이는 공동체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는 개인이 가질 수 없는 커다란 기반(matrix)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약점을 보완하고 관계에서 얻게 되는 위안, 지식, 지혜, 기쁨은 공동체가 아니고는 얻을 수 없다. 이 점에 있어 우리나라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뭐든지 혼자 하는 '혼밥, 혼술(혼자 먹는 밥과 술)'등의 혼자 문화, 이로 인해 자살율도 증가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자살을 모여서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혼자' 살기 힘들어서 죽음을 선택했는데 그 순간에는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같이' 죽을 사람을 모집해 서로 의지하여 죽는다는 것이 굉장히 모순된 것이다. 뒤집어서 보면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가 뭘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공동체를 통해 개인의 주체성을 보이지 않는 차원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고 모여서 현대사회가 잃어가고 있고 급격하게 해체되는 가족의 단위를 넘어 마음을열어놓고 의지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경우 공동위로의 체계가 큰 교세확장을 가져 왔다. 초월적인 삶의 목표는 차치 하더라도 상·장례와 혼례 등을 함께하면서 과거의 가족과 친족이 함께해주었으나 이제는 와해된 상부상조의 문화를 대리하게된 것이다.
개인의 주체성과 공동체성이라는 어찌 보면 상충될 수 있는 두 가지를 잘 조화되는 상태로 이끌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와 성(聖)과 속(俗)을 분리하고 서로가 서로를 도외시 했던 시각을 통합시켜야하는 과제를 우리가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다음호에 계속)
성해영 교수는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주된 관심 분야는 종교 심리학과 신비주의의 비교 연구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종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플로티노스의 종교 체험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의 종교 체험 전반에 관한 연구와

종교 체험과 종교 사상의 상호관계 분석에 많은 관심이 있다.
저서로는「A Happy Pull of Athene」가 있고,

역저로는 프로이드의「문명 속의 불만」,

공저로「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종교인의연애」, 「지금, 한국의종교」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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