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어 구조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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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어 구조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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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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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튼 교무의 정전산책 (88)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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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전」을 보면 일원상(○) 다음 페이지에 「표어」가 나옵니다. 개교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를 필두로 교리표어인 '처처불상 사사불공'과 '무시선 무처선'이 등장하며 생활표어인 '동정일여 영육쌍전'그리고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표어에는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이 압축되어 있으며 실천적 덕목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론이면서 실천적인 핵심입니다. 즉 표어는 즉각적인 인식이면서 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령입니다.
다만 이러한 표어를 대할 때 한 가지 유념할 사항이 있습니다. 교리표어와 생활표어에 개교표어가 바탕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표어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같은 지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입니다. 그러기에 개교표어는 다른 표어와는 달리 독립적으로 한 페이지에 실려 있는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은 물질 문명을 전제(前提)한 가르침입니다. 전근대를 거쳐 근현대에 발전된 과학문명은 미래사회에 더욱 활성화 될 것입니다. 미래로 갈수록 과학문명에 따른 물질문명이 바탕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더욱 물질 문명이 심화된다는 것입니다.
소태산의 교법은 이러한 물질문명에 따른 과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청동기 시대를 거친 농업혁명 이후에 성자들이 출현하였듯이, 소태산 대종사는 과학의 물질문명을 배경으로 출현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리표어에 등장하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처처(處處)와 사사(事事) 그리고 '무시선 무처선'의 무시(無時) 무처(無處)는 물질문명의 시공간이며 그리고 생활표어인 '동정일여'의 동정(動靜)과 '영육쌍전'의 영육(靈肉) 그리고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의 생활은 물질문명사회의 동정이며 영육이며 생활인 것입니다.
물질문명의 시간과 공간과 일에 바탕한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의 정신개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질문명의 동정에 근거한 '동정일여'의 정신문명이 창조되어야 하며 물질문명의 생활에 따른 '불법활용'의 정신개벽이 펼쳐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중층구조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이 근대과학의 형이상학적 전제인 법칙적인 세계관과 충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게 살 것을 요구하는 실천윤리의 질적 가치도 자연과학의 양적 가치와 근본적인 갈등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태윤리라는 가치가 자연과학의 가치와 갈등적 관계로 전개된다면 결국 물질문명을 선용하자는 소태산의 본의와는 괴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자연과학의 법칙적 자연관에 따르면 자연은 살아있는 생명활동과는 다른 인과적 메카니즘에 따라 법칙적으로 움직이는 세계입니다.
과학은 이러한 법칙적 세계관에 따라 물질의 영역, 생명의 영역 나아가 마음의 영역까지도 연속성 있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물리적 대상이 운동하는 변화방식과 생명을 지닌 유기체가 운동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 구조는 분자생물학이나 신경생리학 차원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윤리적 동기의 필요에 의해 구성된 세계관도 이러한 과학문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윤리적 동기의 세계관이 비과학적이거나 법칙적 세계관과 조화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면 이에 의존하는 모든 가치체계는 공허한 목소리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교표어에 근거한 교리표어와 생활표어는 이러한 과학의 물질문명에 바탕한 정신문명의 건설이 담지 되어 있습니다. 과학적 사유를 층위로 한 정신적 층위가 세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원불교의 생태 및 도덕운동도 물질문명과 대립적인 관계에서만 파악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질문명을 선용하는 정신문명으로 개척해야 되는 과제상황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과학문명과 정신문명의 지평은 중층적인 문명구조입니다. 층위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조화롭고 배타적이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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