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가르침에서 중요한 점은 역시 사은사상과 감사생활을 빼 놓을 수 없다. 교리도에 보면 일원상진리를 중심으로 좌우에 수행문을 나타내는 정각정행(正覺正行; 일원상의 진리를 바르게 깨닫고 삼학 8조로 바르게 수행함)과 신앙문을 나타내는 지은보은(知恩報恩; 사은의 큰 은혜를 깨닫고 보은함)이 나타난다. 정각정행은 소태산대종사가 불법을 주체로 한다는 그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사중은(四重恩)”의 내역과 “보은의 대요”를 밝히면서 “보은즉불공(報恩卽佛供)”이라 하여 “보은(報恩)의 대요(大要)”를 실천하는 것이 원불교 불공법(佛供法) 이라는 의미인데, 이것은 소태산대종사의 독창적 종교사상이면서 동시에 아주 중요한 종교윤리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초기 교학자들은 사은사상을 화엄사상과 비교하여 많이 연구한 바가 있듯이 화엄사상의 맥과 상통하는 점이 많이 있다. 그러나 사은사상은 화엄사상을 넘어 원불교 종교윤리의 토대가 된다. 화엄의 세계관은 사법계(四法界)에서 보여주듯이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 '상즉상입(相卽相入)'과 '중중무진(重重無盡)' '일진법계(一眞法戒)'등을 중심내용으로 하여 깨달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세계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원불교 사은사상에서도 모든 존재들이 하나의 그물처럼 서로서로 얽혀있다는 면에서 상통하는 점이 있으나 사은사상은 그런 관계를 넘어서서 우주만물의 모든 존재들이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따라서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내 존재가 은혜 입은 내역을 밝히면서 원불교 종교윤리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사중은(四重恩)에 대한 지은보은은 우리가 존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의 요건으로 네가지 은혜됨이 있는데 즉,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그리고 법률은이다. 그리고 사은에 대해 피은됨과 배은과 보은의 길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보은의 방법은 피은된 도를 보고 하는 것인데 즉 천지의 은혜에 대해서 어떻게 갚는가 생각한다면 천지의 도를 보아서 인간이 천지처럼 그런 도를 행하는 것이 보은행이 되는데 그 길이 바로 '응용(應用)무념(無念)의 도'이다.
그리고 부모은은 낳아준 은혜만이 아니라 무자력할 때 자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하여 준 은혜를 봐서 자력없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無自力者보호의 도')이 부모 보은의 길이다. 또한 동포은은 자리이타로써 은혜가 되었으므로 “자리이타의 도”를 행하는 것이 보은하는 길이며 법률은은 정의와 불의를 가리고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여 피은이 되었기 때문에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도”를 실천하는 것이 보은의 길이 된다.
원불교 수행자들이 아침저녁으로 매일 암송하는 “일상수행의 요법”에서도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라고 하여 감사생활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교단에서도 “감사생활”을 강조는 하고 있으나 원불교 감사생활의 깊은 의미를 다 담고 있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원불교의 감사생활의 본질은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일상적인 가벼운 감사의 의미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태산대종사는 이 네 가지를 보은의 대요라 하여 현재 「정전」의 전신인 「불교정전」교리도에 명시하고 있었던 점을 보더라도, 교법정신에서 '보은의 대요'가 갖는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보은의 대요가 갖는 종교적 의미에 대해서 깊이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전통불교에서는 불공법을 가르치는데, 불공이란 부처님의 위력과 자비와 지혜를 숭배하며 그 위력과 자비를 구하기 위하여 불공을 한다. 그런데 전통불교에서 불공하는 방법을 보면 절에 모셔져 있는 불상에 음식과 재물 등을 올리고 복락을 비는 것이 보통 신자들이 하는 불공이다. 그러면 원불교에서는 불상대신에 일원상을 모시고 있어 일원상에 대하여 숭배하고 불공하는 종교행위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일원상 숭배의 방법이 되겠는가? 이에 대해 소태산 대종사는 일원상의 내역은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은 우주만유로써 천지 만물 허공법계가 다 부처라고 하였다. 사은(四恩) 혹은 사중은(四重恩)은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을 말하는데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우주만물이 나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에 따라서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눈것이다.
그리고 교리도에 보면 '보은즉불공'이라 하여 사은에 보은행을 하는 것이 곧 불공임을 밝히고 있다. 소태산대종사와 정산종사가 함께 만든 현재 정전의 전신인 「불교정전」에 나타난 교리도에서 보면 지은보은과 나란히 인과보응의 신앙문에 사중은(四重恩)과 그 아래에 보은의 대요를 밝히고 그 아래에 보은 즉 불공이라하고 그 아래에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원불교의 불공법은 바로 보은행을 하는 것이며 그 보은행은 바로 네 가지 보은의 대요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우주만물을 나와의 관계에 따라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사은이라고 한 것은 원불교의 신앙적 관점에서 만이 아니라 원불교의 종교윤리의 근간이 되기도 하는 중요한 내용이다. 원로교무인 유산 정유성 박사는 서양윤리학의 관점에서 원불교의 정각정행은 덕(德)의 윤리(Virtue Ethic)이고 지은보은은 의무(義務)의 윤리(Duty Ethic)로써 완벽한 윤리적 틀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보은의 대요는 유가(儒家)의 윤리의 핵심이 되는 인의(仁義)의 가치를 나타내는데 천지보은의 대요인 '응용무념의 도'와 부모보은의 대요인 '무자력자 보호의 도'는 인(仁)의 덕목을 나타내는 것이며, 동포은의 대요인 자리이타의 도와 법률은의 대요인 '불의는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도'는 의(義)의 덕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원불교 사상을 서양윤리학의 관점에 이렇게 연구하여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것은 원불교학의 중요한 한 분야를 개척한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