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단 언론에서 보도된 '교구법인을 다시 재단법인 원불교로 재통합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8년 전 교화활성화를 위해 교구별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8년 동안 수많은 성과도 있었을 것이고, 나타나는 장·단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 보고 문득 지난날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교헌개정문제, 재가교역자육성, 영세교당 통합, 전무출신 역량강화 등등, 지난 시기에 원불교는 무수한 교화정책들을 세웠습니다. 당시에는 멋진 출발이었지만 축소된 사업들도 있었고, 지지부진한 사업들도 있습니다. 교구법인들을 다시 재단법인 원불교로 통합한다는 결정에 대해서는 시작 할 때부터 준비되지 못한 측면이 너무 많았기에 개인적으로 이견(異見)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첫째, 8년 전에 교구자치제 확대와 교화활성화라는 이름 아래 교구법인이 설립되었습니다. 그 정당성과 문제의식 또한 충분히 공감을 받았기에 수위단에서 교구법인을 설립하자고 결정내린 것입니다. 그럼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이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설명도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둘째로 이번 임시수위단회에서 교구법인을 다시 재단법인 원불교로 재통합하자고 결정한 수위단원 중에 8년 전에 그 결정에 참여하신분도 있을 겁니다. 최소한 그때 결정과 이번 결정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여러 재가 · 출가 교도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아니라 그 당시 가졌던 정당성, 문제의식 그리고 그동안 해왔던 성과가 어떻게 변화됐으며, 부득이하게 재단법인 원불교로 재통합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은 어떻게 내려진 것인지 대중에게 전달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간단명료하고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교화정책과 방식을 유지할 것입니까?
기고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교무로써 교단 일에 직접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수위단 선거 말고는 특별히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기인합니다. 저는 교헌에 나타난 수위단 선거규정 역시 잘 모르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는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재가 · 출가교도들이 교헌 상에 나타난 종법사, 수위단, 그리고 수위단 선거규정을 알지 못하실 것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교헌 상에 나타난 중요한 조항을 공부해 보겠습니다. 먼저 교헌 제2장 교단(敎團)과 교도(敎徒) 제14조, 제15조, 제16조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제14조(교단, 교도) ①본교는 본교의 교리를 신봉하는 교도로서 교단을 구성한다. ②절차를 밟아 입교한 사람을 교도라 하고 절차를 밟지 아니한 신봉자는 신도라 한다. ◀제15조(재가, 출가) ①교도는 재가교도와 출가교도로 구분한다. ②재가와 출가는 차별하지 아니하고 공부와 사업의 실적에 따라 자격과 대우를 정한다. ◀제16조(기본의무, 권리) 교도는 다음의 의무와 권리가 있다. 1. 조석심고의 의무 2. 법회출석의 의무 3. 보은헌공의 의무 4. 입교연원의 의무 5. 법의 정한 바에 의한 선거와 피선거의 권리 6. 법의 정한 바에 의한 교정 참여의 권리입니다.
제14조, 제15조, 제16조를 한 문장으로 연결해보죠 “교단은 교도로 구성됩니다. 교도는 출가와 재가로 나누고 차별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공부와 사업의 실적에 따라 자격과 대우를 갖습니다. 그리고 사종의무와 이대권리를 갖게 됩니다”
우리 원불교가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지탱해온 것만큼, 앞으로 나아갈 길의 기초에는 교헌 제14조 제15조, 제16조가 영원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이 조항으로 인해서 원불교 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항에 의해서 다른 종교보다 진보하고 발전될 것이며, 무궁한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이며, 교단의 크나큰 힘과 자산이 될 거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잠시 차이와 차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차이가 차별로 나타나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직위와 직책에 따라서 차이가 존재합니다. 시대상황에 따라서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첫 수위단 선거에 참여 할 때, 5급 교무(부교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일견 타당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이 이뤄지는 투표는 인기와 지명도에 따라 기표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5급 교무들은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므로 기숙사 사감, 총부 간부 혹은 교구장을 역임한 사람의 이름을 주로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인기투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는 잘 아시다시피 수위단 선거는 아홉 명을 기표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무효표가 됩니다. 참 힘든 기표행위가 되니 옆 사람한테 물어봐서 찍게 될 것이고, 후보를 마음속으로 정하지 못하면 '대충' 찍어서 무효표가 나오지 않게 9명을 다 채울것은 자명합니다. 그런 이유로 '5급 교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말자'라는 주장은 타당한 면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려스러운 차별적 내용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국가에서도 18세로 선거권을 낮추자는 의견과 18세가 과연 적절한 투표행위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갈리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 당시에는 충분히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지적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절차와 방법을 보완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가령 수위단 후보의 정보나 활동내역을 충분하게 전달 해주면 5급 교무라도 충분하게 판단하고 9명을 기표하는 기본 자료가 되지 않을까요? 차이와 차별은 구분하고 이번 수위단 선거에 임해야 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