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을 하늘이 참 좋다. 높고 푸름이 절정을 이루어서 그 동안 미세먼지로 고통 받았던 일상들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가을은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살을 등 뒤로 하고 좋은 책 한권을 읽는 여유로도 좋고, 선선한 기운을 함축하는 적공의 여유로도 좋다. 문득 공자는 가을하늘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일례로『논어』의 제일 마지막 구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요왈」: 不知命이면 無以爲君子也요.) 여기서 말하는 명이란 바로 천명(天命)을 의미한다. 공자가 말씀한 천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 가을 하늘아래서 그 천명을 받아 성인의 인격을 이룰 수 있을까?
『논어』의 첫 구절은 “배우고서 그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학이」: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로 시작한다. 『 논어』의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만을 가지고 연결해서 생각해 본다면, 성인의 길이 비록 배우고 익힘으로부터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천명을 알아야만 함을 의미한다. 대산종사도 일생 중에 천명을 못 받고 간다면 헛 세상을 살고 가게 된다고 말씀하며, 사람이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천명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용』에는 “하늘이 명한 것을 일러 성(性)이라 한다.”(天命之謂性)는 구절이 있다. 하늘이란 곧 법신불 자리를 말하며, 법신불의 진리로부터 공급받아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 실상을 성품이라고 말한다. 이는 진리와 만물과의 관계를 표현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이미 모두가 천명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것은 천명을 그저 '받았다'가 아니다. 공자는 5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천명을 '알았다'고 말씀한다. 천명을 안 이후에야(知天命=항마위) 비로서 세상일을 보고 들은 대로 걸리고 막힘이 없었으며, (耳順=출가위) 나아가 마음에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중도에 골라 맞게 되었다.(從心所欲不踰矩=여래위) 그래서 결국 하늘로부터 인증을 받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천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하늘로 부터 인증인 천명을 받을 수 있을까? 과거는 음시대(陰時代)였기 때문에 천명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시대인 지금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천명은 먼저 자신의 양심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스승도 인증하고 대중도 인증하게 된다고 하셨다. 사실 자기 안에서 정확한 인증을 얻었다면 남이 몰라주어도 좋고 알아주어도 관계없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산종사는 “죄와 복을 주는 권리가 하느님이나 부처님이나 조상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안에 있는 것이요, 천명이 하늘에서 비 오듯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의 발끝에서부터 올라온다.”고 말씀한다.
대산종사는 또한 천명을 받으려면 대중의 신망을 받아야 하고, 대중의 신망을 받으려면 재색 명리를 맡기더라도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바른 스승과 진리와 경전을 표준한 법도 있는 생활로 어떠한 재색 명리의 경계를 당하여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도 하였다. 경계를 당하여 스스로 제재하면[自制] 사람이나 하늘의 제재를 받지 않지만, 만약 스스로 제재하지 않으면 사람의 제재를 받게 되고[人制], 사람의 제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하늘의 제재를 받게 된다[天制]. 하늘과 대중의 제재를 받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늘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므로 천명을 받고자 하면 법도 있는 생활을 통해 즉 이 훈련을 통해 안으로부터 자기 제재와 자기 인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혹자는 “내가 어떻게 감히 천명이란 것을 받을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천명을 못 받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 못 받고 만다는 말씀이 있다. 그러나'공자는 누구이고, 부처는 누구이며, 대종사는 누구인가? 그 분들이 오백생(五百生) 했으면 나는 오천생(五千生)하리라.'하는 사람은 결국 천명을 받고야 말 것이다.
“띵~동! 가을하늘로부터 인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