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한 신앙인이자, 문학도인 이경식(혜화) 교도가 신간 『설화, 욕망을 품다』를 출간했다. 민속과 문학의 접점에서 구비문학을 발견하고 오랜 세월 설화를 연구한 이 교도는 결과물로 용 설화를 다룬『미르』에 이어, 설화 속에 담긴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이 담긴 새 책을 선보였다.
이 교도는 “설화에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민중의 소박하고 천진한 세계관이 숨 쉬고 있다. 이 책의 전반적 콘셉트는 설화에 담긴 진실 찾기이다. 하지만 진실을 까발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남의 약점 캐내기나 비밀을 들춰서 망신 주기가 진실 찾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과 위선 사이에도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네 세상사는 이치일 듯하다”며 “그러나 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학문도 윤리도 예술도, 종교까지도 사상누각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이 허위와 조작에 의존한 정치와 경제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아프게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거짓이 기승을 부리고 진실을 압도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을 팽개치는 심각한 실수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 찾기는 인문학의 궁극이다”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문학도이자 인문학도로서 이러한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설화문학을 연구했으며, 이 뜻을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설화, 욕망을 품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설화'는 웅크린 인간의 욕망과 민중의 세계관 설화는 흔히 신화, 전설, 민담 등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계는 대단히 모호하고 혼란스럽다. 외연이 방대한 것이 설화문학임을전제로하고, 『설화, 욕망을 품다』에서는 설화의 구조와 알레고리를 분석하고 탐색하여, 변형되거나 굴절된 채로 설화 속에 웅크리고 있는 진실을 찾는다. 설화에 담긴 성(性)욕과 명예욕, 술, 토템 사상, 반달과 보름달, 위인 탄생등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저자는 그 속에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민중의 나이브한 세계관이 숨 쉬고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말하는 옛날 옛적 사람들의 욕망과 세계관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않다.
할아버지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조곤조곤 써 내려간 『설화, 욕망을 품다』에는 인간의 욕망과 민중의 세계관, 다양한 탄생 설화와 토템 사상 등의 이야기가 흥미도 진진하게 담겨있다. 'Ⅰ. 700년 건너 다시 읽는 『삼국유사』'가 누구나 한두번은 들었음 직한 친숙한 설화 자료를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이해하려는시도라면, 'Ⅱ. 신비로 포장된 신화의 민낯'은 까마득한 옛날에 흘러간 이야기로서 신화(myth)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아직 살아 있는 가치 체계와 사유 방식으로서 신화(mythos)를 보여준다. 'Ⅲ. 술과 설화, 그 짜릿한 궁합'에서는 술이란 공통 소재를 통하여 신화, 전설, 민담, 야담 등 다양한 설화의 얼굴을 선보인다. 'Ⅳ. 설화 속 포르노그래피의 진실'에는 설화 속에 민중적 관심이 가장 뜨겁게 모인 에로티시즘을 두고 오락적 접근이 아닌, 진실 드러내기에 코드를 맞췄다. 'Ⅴ. 미르 스토리'에는미르(용)가 등장하는 스토리를 통하여 동물이나 신이 아닌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의도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인 'Ⅵ. 『데카메론』이 들려주는 히스토리아'는 시공간적으로 머나먼 로마제국의 설화를 자료 삼아 한국 설화문학의 세계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준다.
이경식 교도는 국어교사로 시작하여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했다. 국문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고려대)를 받았고, 연구와 저술은 진행형이다. 전문서 외에 『책, 꽃만큼 아름답고 밥만큼 소중하다』(2007), 『미르』(2012) 등 다수의 교양서가 있다.
* 북바이북 刊, 정가 1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