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부처님, 나와 같은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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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부처님, 나와 같은 부처님
  • 황상원 교무
  • 승인 2019.05.22 14:51
  • 호수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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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지만, 나라마다 지역마다 날짜와 명칭이 조금씩 다르다. 유엔에서는 매년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 날을 부처님 오신 날(Vesak Day)로 기념하지만, 미국에 뿌리를 내린 티베트, 태국, 베트남, 일본, 대만, 스리랑카 등의 불교는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한다.

그렇다면 미국 내 불교 신자는 얼마나 될까?

<코리아타임스> 5월 기사에 따르면, 불교 신자는 전 미국민의 1%, 그중 76%는 아시안이며, 12%는 라틴계라고 한다.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불교 신자(2015년 기준)는 전 세계 인구의 약 7%인 4억 8,776만 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 불교에 대한 라틴계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일본 재가불교 종파인 창가학회(SGI)에서는 라틴어를 구사하는 동시에, 가족과 사회 공동체 중심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교화력을 늘려가고 있고, 특히 가톨릭에서 금기시하는 동성애와 인종 차별 문제가 불교에서는 논란이 되지 않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켄터키, 신시내티, 오하이오 등지는 불교의 영성을 키우는 오아시스로 최근 급부상하면서 ‘부다 랜드(Buddha Land)’로도 불릴 정도라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새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개혁으로 차별받는 많은 이들에게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인간은 본래 태어난 성에 차별이 없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사람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동성애자들을 만나는 일은 낯설고 특별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현지인 법회를 마치고 전체 토론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한 백인 남성이 손을 들고 “저는 현재 동성애자인데, 원불교의 신앙과 가르침이 좋은데, 법회에 계속 나와도 될까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일원상 진리의 참된 가르침과 성품의 원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 눈에 다르게 나타나고 보이는 현상을 뛰어넘어, 진리의 근본 자리를 알아 실생활에 수행하기 위함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이후로 약 6년이 지나서도 이 남성은 원불교 법명을 받은 후, 일주일에 2번 이상 법회에 참석하며 교리 공부, 교당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에서는 29세에 시장으로 당선돼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로 달리고 있는 피터(Peter Buttigieg)는 동성애자(Gay)이다. 그는 하버드 졸업생이며, 영국 Rhode 장학금 수여자, 7개 언어를 구사하는 뛰어난 37세의 정치가이기도 하다. 그의 성 정체성은 세상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새로운 민주 정치를 구상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정치적 열정은 높은 지지율로 이어진다. 성 정체성 문제로 차별받는 시대가 가고 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평등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평등 세상으로 가는 그 여정에 2563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리석은 마음 녹아 지혜로운 마음 되며, 잔인한 마음 녹아 자비로운 마음’이 되도록 이 땅에 왔다. 그리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이 되도록 우리를 깨우치고 있다. 혹시라도 마음속에 인간에 대한 차별심이 있다면, 일원의 진리와 광명을 통해 갇히고 닫혀 분별하는 그 마음을, 부처님의 자비로 눈 녹듯 다 녹이는 나날이 되면 어떨까 간절히 염원해본다.

 

황상원 교무
황상원 교무

 

 

 

 

 

 

 

 

 

 

[5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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