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이 참으로 무서운 법이지”
상태바
“이 법이 참으로 무서운 법이지”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19.07.10 01:22
  • 호수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원의 향기/ 송천교당 권대경 교도
경산 권대경 교도
경산 권대경 교도

[한울안신문=강법진] 원불교 안에서 자신을 인터뷰해 달라는 교도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꼭 할 말이 있다며 스스로 발길을 해온 그는 다짜고짜 ‘좋은 뉴스’만 전하는 교단 언론에 대해 비판했다. 초면에 웬 민망함인가 싶다가 한참을 듣고 있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답답한 심경에 스스로 찾아와 전한 그의 ‘공부와 교화’ 이야기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교단의 현주소였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공부만큼은 패기 있게 일직선을 걷고 있는 송천교당 경산 권대경 교도를 지난달 21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났다.
 

교단을 새롭게, 기회가 왔다

“대종사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차별을 해왔다. 우리 교법은 재가출가가 같이 공부와 사업을 하고, 똑같이 평가를 받아 천여래 만보살을 배출하는 회상이다. 재가출가를 막론하고 누구나 법사(정식법강항마위)가 되면 강단에서 법을 설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는 교단이 가장 먼저 개선할 점으로 ‘법위사정제도’를 꼽았다. 대종사의 법위등급에는 재가출가의 구별이 없건만 법위사정제도에서부터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다. 또한 모두에게 열린 법이라면 총부예회 때 재가 법사가 설교단상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금이 기회다”라고 말한다. 전산종법사가 취임사에서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하자는 법문을 듣고 그는 너무 기뻤다고. 이제는 교단이 낡은 관행을 벗고 새로워져야 하는데 그 방법은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을 잘 지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특히 ‘교당내왕시주의사항’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비교무 시절부터 선에 대한 자각, 교법에 대한 자신감을 얻지 못하면 ‘눈먼 장님’에게 길 안내를 맡겨 중생을 함정에 빠지게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지천명에 한 소식을 얻다

오래 품고 있다 쏟아내는 말처럼, 선글라스에 가린 그의 눈빛은 강렬했다. 일찍이 고향 순창에서 원불교와 인연을 맺었지만 50세에 군 전역을 할 때까지 그는 잠자는 교도였다. 전역 후 좋은 직장에 취직했지만, 그삶에 대한 목마름은 채우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만덕산 하선에서 만난 승산 양제승 종사가 그에게 알지 못할 물음을 자꾸 던졌다.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는데 눈이 있어도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들을 줄 모르겠더라. ‘썩은 동태 눈으로는 도인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다음 하선 때 직장을 접고 만덕산에 아예 들어와 살았다.”

만덕산에서의 삶은 딴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앉아서 선하는 시간 외에는 소 기르고, 표고버섯 농사짓기에 바쁜 나날이었다. 그렇게 5회째 맞는 하선에서 그는 눈 앞에 펼쳐진 정전을 보게 됐다. 교리가 하나로 꿰어지자 그는 골프공을 단전자리에 놓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단전호흡을 챙기기 위해서다. 자신의 체험에 빗대 단전호흡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 단전주선이 되지 않는다며 “예비교무 시절부터 그 방법을 확실히 가르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은 골프공 없이도 단전주가 절로 된다며, 요즘 그가 즐기는 단전주선 여행을 소개했다.
 

매일 떠나는 단전주선 여행

승산 종사를 스승 삼아 30년 동안 만덕산 훈련을 쫓아다녔던 그는 이제 그곳에 발길을 끊었다. 대종사가 밝힌 ‘좌선에만 긴요할 뿐 아니라 위생상으로도 극히 긴요한 단전주’를 매일 여행 삼아 체험 중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철을 타고 문산, 춘천, 소요산, 동두천-백마고지까지 단전주선 여행을 떠난다는 그. 여든의 나이에도 노약자나 임산부가 오면 먼저 자리를 양보한다는 그는 “앉아서만 하고 서서 못하는 선은 병든 선이라고 한 대종사의 말씀을 실천해 내는 중이다”고 한다. 눈 수술 후에는 집에서 매일 2만보를 걸으며 단전을 챙긴다고.

“법을 모를 때에는 삼십계문을 아무리 지키려고 해도 안 지켜지더니, 어느 순간 다 녹아지더라. 대종사가 밝힌 이 법이 참으로 무서운 법이다”며 마지막 당부의 말도 변함없이 “출가자들이 잘해야 한다. 학생 때부터 잘 배워 나와야 교도와 불화가 없다. 온통 사명감으로 나온 사람들이니 제대로만 가르치면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일원가족인 그는 누님 만타원 권일경 선진, 아들 권진각 교무가 가족이다.

7월12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