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신문=강법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빈곤 인구가 약 1억2천만 명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인식한 세계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서며 오는 9월23일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월21일을 ‘기후위기 비상행동’으로 정하고 각계각층에서 활동을 준비 중이다.
9월21일은 원불교가 정신개벽으로 행복공동체를 이루고자 선언하는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개관식 및 서울교구청·한강교당 봉불식이 열린다. 천지보은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동기의 사실적 훈련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원불교 지구살림 천지보은(가칭)’을 이날 개관식과 더불어 선언해 주기를 촉구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본 좌담회는 교정원 문화사회부가 주관하고 원불교환경연대 조은혜 사무처장(이하 은혜), 안암교당 박세훈 교무(이하 세훈), 문화사회부 조경원 교무(이하 경원)가 패널로 참여했다.
원불교는 초록입니다’와 같은 천지보은이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의 역할이라면
그 목적을 이뤄갈 수 있게 교정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
올여름 나만의 피서법과 지구살림 노하우를 전한다면?
경원_ 더위에 몸이 적응하도록 집에서도 냉방기기 사용을 자제하고 샤워로 몸을 식힌 후, 얇은 이불을 덮고 잔다. 이불이 습도조절을 돕는다. 지구살림 노하우라면 자연은 인류에게 넘겨줄 유산이란 사실을 알고, 평소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느끼는 공기의 질과 유모차에 탄 아이가 느끼는 공기의 질은 엄청 다르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
세훈_ 한여름 이열치열로 지내고 있다. 여름에도 따듯한 물과 차를 마시면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뜨거워진 지구를 살리려면 순리에 맞게 살아야 한다. 천지와 다르게 살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적게 생산하고 덜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은혜_ 날씨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5월 말에 이미 섭씨 30도를 찍었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에어컨을 사용하지 말라는 말보다 아침 일찍 에어컨을 켜서 공기를 식혀주고 습도를 제거하면 업무활동에 훨씬 효과적이다. 오후 2~3시간 동안 쓰는 최대전력량 때문에 불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현명한 에너지 사용법이 필요하다. 오후 한낮에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로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체감온도는 50도에 가깝다. 개인의 노력으로 적응할 수 있는 더위가 아니다. 사회 시스템이나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느끼는 기후 위기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은혜_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청소년들이 제일 먼저 나섰다. 지금 당장 닥친 기후위기 상황에도 어른들은 방관자적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세계 곳곳 청소년들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에게 미래는 있는 걸까’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청소년들에게 환경 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원불교환경연대에서는 청소년기후학교를 진행하고 있는데 줄여서 ‘청소기’라 부른다. 교육뿐 아니라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까지 청소해 줘야 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지구살림이 파탄 나지 않게 잘 보호해야 한다.
세훈_ 매스컴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매일 쏟아져도 그 위기감만큼 대응행동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이다. 왜 그럴까. 용어 자체가 환경과 삶을 분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운동이라 하면 사람들은 어느 특정 집단이 하는 일쯤으로 생각한다. 잘못된 인식을 바꾸려면 용어부터 새롭게 바꿔야 한다. 원불교의 좋은 용어를 환경과 접목시켜 보편적이고 통합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모두가 하나의 길을 갈 수는 없다. 하고자 하는 곳을 시범교당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성공모델을 만들어 양계의 인증을 얻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어떻게 전할까.
은혜_ 사람들은 미세먼지, 폭염에 대한 걱정만 하고 있는데, 실은 지구가 자정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 기점을 키핑 포인트(Keeping Point)라고 하는데 지구가 복원력을 상실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게 너무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고비다. 근본적으로 모두의 변화가 요구되지만, 종교의 가르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9월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앞두고 천주교는 주교단을 통해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며, 개신교는 교회연합회에서 행동을 준비 중이다. 원불교도 나서야 할 때다.
세훈_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철학이 담긴 사업을 해야 원동력이 생긴다. 당위성만 강조하면 피로도를 느낀다. 원불교 철학에 바탕한 교육과 사업이 요청된다.
경원_ 교단에 아쉬운 점은 활동가들은 역량에 비해 많은 활동을 하는데 그들을 뒷받침해 줄 교리 해석이 부족하다. 기후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도 교리에 바탕한 입장문이 나와야 한다.
은혜_ 올해 원불교환경연대에서 교화훈련부에 ‘원불교는 초록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지구를 살리는 초록일상수행’ 스티커를 제작해 교당에 배부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이미 교도들은 천지보은을 실천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다만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적어도 10년간 유지할 수 있는, 시대에 맞고 실천적인 강령을 만들어야 한다.
경원_ 10년만 이어가도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은혜_ 앞으로 10년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산하 특별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 가이드는 종교의 가르침이어야 한다.
경원_ 동의한다. 원불교가 확실한 교리 해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고 우리가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가 생기면 안 된다.
기후위기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조장한다. 이를 극복할 교리적 해법은?
은혜_ 지구온난화로 어느 날 갑자기 삶의 터전을 빼앗긴 ‘투발루’의 비극을 접하면서 우리는 기후위기 현실과 맞닥뜨리게 됐다. 지금 알래스카의 온도가 32도를 웃돌고 빙하가 1/4가량 녹았다. 햇빛을 반사해 온도상승을 막아주던 빙하가 녹으면서 짙푸른 바다가 태양열을 흡수해 온도상승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지구의 복원력을 상실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온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동포은에 대한 배은이다.
세훈_ 아베 정부의 이번 경제 보복에 대해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장(주교)이 발표한 담화문은 국경을 넘어선 종교적 양심선언이었다. 종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헌신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종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무아봉공해야 한다.
경원_ 교단 안에서도 충분히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현장을 살피지 못했다. 가끔은 대사회적 메시지를 종법사나 수위단회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 대표성을 띤 지도자가 시의적절하게 역할을 해주면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는다.
지구가 자정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앞으로 10년이 고비다. 종교의 가르침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9월21일 제안하고자 하는 ‘원불교 지구살림 천지보은 주간(가칭)’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은혜_ 9월21일~27일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가 열린다. 그 시기에 맞춰 각 나라에서 비상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교단은 9월21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개관식을 진행하니 원불교도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합력하겠다는 뜻을 모아 ‘지구살림 천지보은 주간’을 선포하고 각 처소에서 기도식을 가졌으면 한다. 그 실천행으로 ‘원불교는 초록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초록일상수행을 생활화하는 방법이 있다.
세훈_ 교정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들이 현장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당위적인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이 되려면 교구별로 순회하며 내용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 뒤에 관심 있는 재가출가들을 모집해 워크숍 등으로 인재양성을 해야 한다. 모두가 하나의 길을 갈 수는 없다. 관심 있고, 하고자 하는 곳을 시범교당으로 선정해 지원해 주고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원불교 100년의 역사는 음계의 인증으로 이어왔다. 앞으로 100년 이후는 양계의 인증을 얻어야 한다. 4개 단체가 오랜 법인기도를 통해 음계 인증을 얻었다면 이제는 이런 실질적인 대사회 활동으로 양계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경원_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세계결복교화와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신축했다. 개관식을 앞두고 대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낼지 고민이 깊다. ‘원불교는 초록입니다’와 같은 천지보은이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의 역할이라면 그 목적을 이뤄갈 수 있게 교정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
은혜_ 어떤 사업을 하든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야 한다. 또한 그 방향은 교단을 넘어 사회로 확산시켜 가야 한다. 한 번의 선언으로 큰 파장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교단의 기후환경특별위원회가 됐든 센터가 됐든 10년의 로드맵을 가지고 지속적인 활동성과 확장성을 가져갈 수 있게 다양한 목소리와 실험의 장이 마련되길 촉구한다. 9.21 지구살림 천지보은 선언도 그 일단이다.
사회=강법진, 사진=우형옥
8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