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15일간의 항해를 마치고 8월28일 뉴욕에 도착했다. 9월23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이 많은 배와 비행기 외의 이동수단을 고민하던 툰베리는 수중동력과 태양광 패널로만 운항하는 요트 말리지아 2호를 타고 온 것이다. 지난 8월13일 영국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 무사히 뉴욕 땅을 밟았다. 툰베리의 손에는 지난해 8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 1인시위에서부터 내내 들고 다녔던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 팻말이 여전히 들려있다.
여덟 살 때부터 기후변화, 기후온난화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툰베리는 “여러 존재 중 그저 한 동물종인 인간이 날씨를 바꿀 수 있다니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TV, 라디오, 신문의 헤드라인에 기후변화 이야기로 가득찰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 더 이상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툰베리는 11살 때 병에 걸리고 만다. 우울증이 왔고, 말하기를 그만두었고, 먹지도 않았다.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다. 툰베리는 아스퍼거 증후군, 강박장애, 선택적함구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 못하고, 사고가 흑과 백으로 나뉜다고 한다.
사람들은 ‘기후침묵’에 갇힌 채 회색지대에 서있다. 툰베리는 생존에 있어 회색지대가 있냐고 묻는다. 흑과 백이 명확한 아스파거 증후군을 가진 툰베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구 산소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아마존 숲이 한 달째 불타고 있다. 이번 불로만 서울의 면적 15배의 숲이 사라졌다. 아마존을 개발해 경제부흥을 꿈꾸는 브라질 대통령 보우소나로는 다국적 목축기업들과 손잡고 대대적으로 아마존 숲을 파헤치고 있다. 아마존 숲은 축축한 생태계를 만들어 유지하며 스스로 가뭄에 대처한다. 아마존 개발로 강우가 줄어들고, 숲이 사바나로 바뀌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 또한 줄어든다. 아마존의 불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이유이다. 그런데 우린 여전히 회색지대를 서성인다.
올여름 알래스카 기온이 36℃까지 올라갔다. 평균기온이 18℃임을 감안하면 14℃ 높아진 온도이다. 북극권 기온이 상승하면 영구 동토층이 불안정해진다. 동토층은 엄청난 양의 메탄을 함유하고 있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강력한 온난화 효과가 있다. 영구 동토층이 가지고 있는 탄소량은 대기가 가지고 있는 탄소량보다 훨씬 많다. 영구 동토층에서 메탄이 본격적으로 배출되면 인간 활동에 의한 탄소 배출과 상관없이도 지구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다.
사람들은 툰베리에게 “학교로 돌아가라, 공부 열심히 해서 기후학자가 되라”고 충고한다. 그들에게 툰베리는 “제가 100살까지 살면 2103년입니다. 어른들은 2050년 너머 세상을 생각하지 않지요. 인류는 실패했습니다. 이제 기성세대에게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75세 생일을 맞이하는 날, 나의 자녀와 손자들에게 2018년 뭐라도 해 볼 수 있을 때 무엇을 했냐고 묻지 않도록 지금 당장 행동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과연 툰베리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우리는? 멸종저항을 외치며 거리에 나선 수백 만 명의 그레타 툰베리들은?
9월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