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지난 9월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에서 청소년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2050년 탄소배출 제로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고 ‘녹색성장’ 따위나 이야기하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소리쳤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결의한 ‘2050년 탄소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2011년~2015년에 비해 2015~2019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무려 20%나 증가하자 위기감을 느낀 구테흐르 유엔사무총장이 소집한 이번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세계 정상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독일, 뉴질랜드, 덴마크, 코스타리카, 노르웨이, 칠레, 콜롬비아, 피지 등의 나라들이 2050년 탄소제로를 위한 전향적인 수치들을 내놓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와 기업, 기관을 강제할 만한 실천방안이 나오지 못했다.
열대우림의 60%를 차지하는 브라질 대통령 보우소나루는 “열대우림은 세계의 허파가 아닌 브라질의 땅”이라며 열대우림을 파헤쳐 브라질 경제에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공허했고 한국정부의 기후위기 대응방안은 일천했다.
“한국은 파리기후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연설 첫 문장부터 틀렸다. 석탄발전소 4기를 폐쇄했고 앞으로 6기를 합쳐 총 10기를 폐쇄할 것이라고 했으나, 기존 석탄발전소 용량의 2배가 넘는 석탄발전소 5기가 건설 중이라는 이야기는 빠졌다. 녹색기후기금 증액과 세계푸른하늘의 날 제정, P4G(녹색성장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2차 대회 개최라는 변죽만 울렸다.
6대 지구대멸종이 1,000배 이상의 속도로 다가오고 매일 200여 종의 생물종이 사라지는 멸종위기에 “탄소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는 질문에 ‘미세먼지’로 답한 꼴이다.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이어 P4G 준비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녹색과 성장이, 지속가능과 발전이 양립 가능한 단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개인당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세계 1위, 석탄투자국 세계 2위, 기후악당국 제일 앞자리에 자리한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은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훔쳐 쓰고 있다>의 저자 레스터 브라운은 ‘플랜B 생태경제학’으로 세계경제를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각국의 군사예산 중 13%만 새로운 생태경제에 투자하면 지구환경을 살리고 기아, 문맹, 질병, 빈곤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는 ‘파리기후협정’을 뛰쳐나간 트럼프와 자본가들의 바람처럼 음모가 아닌 사실이며,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의 일이다. 이제는 발전이 아닌 ‘전환’을 이야기할 때이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 이야기만 할 뿐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16세 그레타 툰베리가 내리친 죽비에 소태산의 ‘정신개벽’으로 답해야 할 때다.
“How dar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