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신문=우형옥 기자]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한빛핵발전소로 가는 길은 좁디좁은 2차선 도로였다. 사고가 난다면 버스 한 대조차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 길이 주민들의 피난로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0월7일과 14일, 국정감사를 통해 한빛핵발전소의 부실함이 다시 한 번 지적됐다. 295개의 핵발전소 공극(구멍) 중 94.2%를 차지해 국내 최다 격납 건물 구멍을 가지고 있는 사실과 4호기에서 발견된 157cm의 대형 공극, 기준 이하의 철판(CLP) 상태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산발적인 언론보도를 통해 알린 위험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탈핵시민행동,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10월19일 한빛핵발전소 정문 앞에서 ‘한빛핵발전소 1호기 재가동 반대와 3,4호기 폐쇄를 위한 범국민대회(이하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는 국내 핵발전소 중 가장 안전이 취약한 것으로 들어난 한빛핵발전소는 폐쇄가 가장 안전하다고 알리는 자리였다.
전국의 시민사회활동가들이 ‘탈핵버스’를 타고 광주, 전남을 비롯 전북, 서울, 부산, 울산, 경주, 성주, 제주 등에서 모여들었다. 250여 명이 모인 자리에는 정치인, 시민단체, 문화예술인,종교인도 함께했다. 특히 원불교 근원성지를 지키기 위해 활동해 온 광주전남교구 장덕훈 교구장과 영광교구 오종원 사무국장,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 70여 명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열린 범국민대회는 전 세계 핵사고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해 규탄발언, 결의문 발표로 이어졌다. 장덕훈 교구장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작지만 큰 행동이 원불교로서는 성지를 지키는 일이고,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며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듯 우리도 핵발전소가 멈춰질 때까지 행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 민중당, 전남 녹색당, 광주 정의당 광산구의회 의원 등 정치인들의 연대 발언이 있었으며 ‘고준위핵쓰레기 월성임시저장소 추가건설반대 울산북구주민대책위’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정읍시의회 한빛원전대책특별위원회 김은주 위원장은 “정읍시 입암면은 한빛 핵발전소로부터 31km 떨어져 있다. 30km까지 비상 계획이 세워져 있는데 31km인 정읍은 사고가 나도 통보조차 받지 못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일본반전평화운동단체인 ‘사요나라발전소천만액션’ 담당자이자 일본 평화포럼 사무처장 토시로 이노우에는 방사능이 통제되지 않고 있는 일본의 현재 상황을 전하며 “후쿠시마 같은 사고는 두 번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 한일 시민이 연대하여 핵 없는 동북아시아와 탈핵 세상을 일궈가자”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주최측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현재 전국의 핵발전소 안전성에 책임이 있는 사업자, 규제감독기관을 비판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핵사고의 위험성을 표현하는 ‘Die in’ 퍼포먼스와 한빛핵발전소를 상여에 실어 보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한빛핵발전소 재가동 반대와 폐쇄의 의지를 표출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10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