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8일 늦은 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내렸다고 한다. 첫눈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잠시, 언젠가부터 첫눈이 특별할 것 없는 자연현상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것은 매일 쏟아지는 ‘기후변화’ 위기의 현장이다. 사실 경악할 정도로 지구는 매일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결과임을 잘 알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에서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배은은 ‘피은·보은·배은을 알지 못하는 것과 설사 안다 할지라도 보은의 실행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지구촌 기후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천지는 우리의 신앙의 대상이다. 신앙의 대상이 무너지는 오늘도 우리는 알거나 설사 안다 할지라도 보은의 실행 없이 살고 있지는 않는가.
지난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에서 열린 제20회 국제형법학회 총회에서 환경을 파괴하거나 보호하지 않는 행위를 ‘생태에 대한 죄악’으로 가톨릭 교리에 추가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과 식물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행위를 ‘생태학살’이라고 부르며, 그런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최근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물난리를 겪으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홍수로 9세기 건축물 산마르코 대성당이 53년 만에 침수됐다. 이 소식을 접한 교황의 심경은 어땠을가.
어쨌거나 지구는 매일 우리에게 ‘기후 위기’를 외치고 있다. 17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보트에 몸을 싣고 15일간 대서양을 횡단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파괴를 ‘죄악’으로 규정했다. 반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 2위인 미국과 탄소 배출이 가장 심한 인도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준비하고 있다. ‘천지은’을 신앙하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11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