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에서 보낸 편지
상태바
진밭에서 보낸 편지
  • 김선명 교무
  • 승인 2019.11.19 23:07
  • 호수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진밭 평화지킴이 김선명 교무가 평화를 염원하는 파란띠를 매달고 있다. 

 

오늘 소성리 진밭은 평화(平和)를 기원합니다.

평화는 모두가 염원하지만, 그저 와지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죠.

지난 1,000일의 진밭 토굴생활은 저에게 주세불 소태산 여래와

정산 여래와 스승님을 다시 모시고 공부하게 했습니다.

합장하옵고 평화를 빕니다. 심신 간 평안하신지요?

성주성지 달마산 초입의 진밭교에 눌러앉아 평화의 기도를 올린 지 1,000일이 되어 갑니다. 재작년 첫 겨울을 이곳에서 날 때 천막 안 생수병이 꽁꽁 얼어 돌덩이가 되는 영하 18도씨의 추위를 지냈습니다. 이제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합니다.

소성리에 불법 배치된 사드(THAAD)는 미국과 중국(G2)이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이점을 이용하려고 하는 패권(霸權) 경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워 자국 중심의 세력 재편을 도모하는 가운데 완충지대인 한반도에 미국 사드(THAAD)가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며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는 매우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가 북핵과 탄도미사일로부터 한반도를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며, 2016년 7월 8일 느닷없이 성주에 사드배치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국가가 철저히 국민을 기망(欺罔)한 것입니다. 사드배치 후에도 미국은 오히려 방위비 분담금을 턱없이 5배나 요구하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체제와 군비경쟁이 오히려 촉발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동맹(同盟)인가요?

사드는 배치과정에서도 몇 가지 중대한 오류를 범했습니다. 이제라도 처음부터 잘못된 첫 단추를 풀어야 합니다.

첫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당연히 해야 함에도 약식으로 하려다가 꼼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1. 필요성 검토 2. 성능검토 3. 입지검토 4. 최종배치결정 순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모든 과정이 생략된 채 ‘최종배치 결정’을 내려놓고 거꾸로 일을 진행했습니다.

둘째, 이미 2011년 이명박 정부시절, 미국이 백령도에 사드 레이더 배치를 요청했으나 중국과의 마찰을 고려해 거부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서도 한국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 사드 미사일이 효용성이 낮다(2013.6.24)고 했습니다. 우리 국방부도 2013년 사드는 한국에 부적합하다고 판정(2015.5.21 진성준 의원실) 내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사드가 왜 갑자기 불가피한 선택으로 불법배치 됐는지 합리적 설명이 필요합니다.

셋째, 최적지라던 성산포대가 거짓으로 들통 나고, 대통령 탄핵이 진행 중인 때에 8천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소성리 달마산에 사드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거짓된 국가안보에 원불교 성지는 침탈당했고,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가르침은 훼손당했습니다.

12월 5일, 천일을 맞이하는 진밭 평화교당의 평화기도.

종교(宗敎)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마루 종(宗)에 가르칠 교(敎), ‘위 없는 가르침’입니다. 흔히 종교를 가지는 이유에 대해 안심입명(安心立命)이라고도 합니다. 마음에 평안과 위안을 얻고, 하늘의 명(命)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가르침은 진리(眞理)입니다. 진리라고 하는 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인종과 국가를 아우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불변(不變)이기에 진리인 겁니다. 이를 사랑·자비·은혜라고 하지요. 실제 역사의 현장에서는 처지와 환경에 따라 정의·자유·평등·민주·평화 등의 이름으로 변주(變奏)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도 소성리 진밭은 평화(平和)를 기원합니다. 평화는 모두가 염원하지만, 그저 와지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죠. 오늘 저에게 안심입명(安心立命)은 소성리의 고통받는 주민들 곁에 앉아 손잡아 주는 것이요(安心),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거짓에 대해 평화의 기도로 그 잘못을 바루는 것(立命)입니다.

이제 소성리는 교법을 실천하며 평화를 만들어가는 현장이니 은생어해(恩生於害)입니다. 1,000일의 진밭 토굴생활은 저에게 주세불 소태산 여래와 정산 여래를 다시 모시고 그 가르침의 본지를 되새겨 공부하게 했습니다. 덕분에 2권의 공부교재를 엮었으니 또한 은혜입니다.

소성리 진밭 평화기도가 12월 5일 1,000일을 맞이합니다. ‘원불교는 평화입니다’는 주제로 세상과 마주한 평화 기도와 발걸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기를 청합니다. 내내 강녕하시길 기원합니다.

진밭 평화기도 일천일 행사는 12월 4일~5일 1박2일간 기도 적공과 평화행동으로 이어진다. 

글 /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김선명 교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